추석 귀경길의 경부고속도로 ./사진=이동훈 머니투데이 기자
가을 학기를 코앞에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경고음이 커졌다. 신천지교회 대구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종교시설이 집단감염의 진원이 됐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가 시작이다. 1차 대유행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황금연휴 기간이 한달여 남은 데다 대구보다 인구 밀집도가 훨씬 높은 서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병원 병상시설이 부족한 상황에 역학조사 능력이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실상 ‘의료시스템 붕괴’ 사태마저 우려된다.

진정국면인 줄 알았는데…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동시다발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가 33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교회 교인 1명이 지난 8월12일 처음 확진된 뒤 16일 314명, 17일 123명, 18일 75명이 추가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19일까지 교인과 방문자 3263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확진자가 62명으로 늘어 누적 확진자는 630명이다.

지난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온라인 예베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휘선 머니투데이 기자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에 이은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전환했던 방역당국은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됐다. 코로나19 이전 역대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된 2018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추석 전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 당국이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하향조정,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진단되지 않은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누적되는 상황이어서 다가오는 추석이 미국·유럽과 같은 폭발적 감염 확산세를 불러올지 우려가 커진다.

“대구 신천지교회보다 위험”


의료계는 이번 집단감염의 속도가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 때보다 더 빨라 유행 상황을 즉시 통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인 확진자 증가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반도 인구 절반인 2500만명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자가 많기 때문이다. 고령자일수록 감염병에 취약하고 사망 위험도 크다. 앞서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 때는 감염병에 취약한 60대 이상이 13.5% 정도였던 반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60대 이상이 약 38.0%로 확인됐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이 확진자의 접촉자를 한정할 수 없으면 그만큼 역학조사가 늦어진다.

때문일까. 의료계는 자칫 현상황이 의료시스템 붕괴와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조사 결과 수도권 감염병 전담병원 내 병상은 1479개 중 660개(44.6%)가 비어있고 중환자 병실은 339개 중 85개(25.0%)만이 남았다. 일반 병상은 약 5∼6일, 중환자 병실은 일주일의 여유분만 남은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보다 더 위험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 2단계, 수도권 3단계로 즉시 올려야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거리두기 3단계 시기상조”


다만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3단계 격상 시 10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고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기 때문. 여러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해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서울·경기에 한해 2주간 2단계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사적·공적 목적의 모임과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불가피하게 행사를 개최해도 마스크 착용, 참석자 간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각종 채용 시험과 자격증 시험, 결혼식, 전시회, 장례식장 등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난달 26일부터 관중 입장이 허용됐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경기도 8월16일부터 다시 무관중 경기로 전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사진=김영찬 머니S 기자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제한도 강화된다. ▲클럽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실내 스탠딩 공연장 ▲노래연습장 ▲GX 등 실내 집단운동시설 ▲유통물류센터 ▲300인 이상 대형학원 ▲뷔페 ▲방문판매 등 고위험시설 12종은 4㎡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이 제한된다. ▲객실·테이블 간 이동 금지 ▲1일 1업소 이용 등 시설 내·시설 간 이동제한 수칙도 의무화한다.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방역당국은 기존 방역수칙의 준수를 강조했다. ▲모임과 회식 취소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 준수 ▲손 씻기 생활화와 악수 대신 목례 ▲증상 발생 시 바깥 활동 자제 후 검사 등이 주요 내용이다. 마스크 착용의 경우 야외에서만 지키고 실내로 들어가 벗거나 턱에만 걸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고 N차 전파로 이어지면 둑이 무너지듯 방역이나 의료 대응에 한계가 온다”며 “방역수칙 준수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