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민준 기자
올해 초 불어닥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도 폭락장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후 저금리 기조로 갈 길을 잃고 넘쳐나는 돈이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왔다. 일부 투자자금은 기업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기대감만으로 상승하는 테마주 위주로 몰려 주식시장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 급등 장세가 벌어졌다. 주식 투자 용도에 쓰이는 대출금인 신용거래융자금액도 약 15조원으로 지난 3월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변동성 따라다니는 개미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에 대거 유입된 ‘동학개미’(개인투자자)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도를 받아내면서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일부는 실적이나 펀더멘털을 고려하기보단 변동성이 큰 상품이나 바이오·수소경제 등 테마주 성격이 강한 종목을 쫓는 투기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한 올해 4월 동학개미는 ‘곱버스’로 불리는 2배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상장지수증권)을 사들였다. 이 상품은 주가 하락 시 낙폭의 두배만큼 수익을 내는 고위험 투자상품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제 유가 가격이 급락하면서 유가에 돈이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동학개미의 ‘KODEX(코덱스)WTI원유선물인버스 ETF’의 매수 규모는 3405억2531만원에 달한다.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투자금은 제약업종으로 흘러갔다. 코로나19 치료제 테마주로 꼽히는 신풍제약이 대표적이다. 신풍제약은 5월13일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표=머니S 편집팀

실적보다는 기대감… PER 1855배·적자 기업도 급등세 보여

1월2일 7320원에 거래되던 신풍제약 주가는 7월 24일 장중 최고가인 15만9500원까지 급등했다. 올해 들어 2078%에 가까운 상승률이다. 그러나 이날 신풍제약은 시장 마감을 앞둔 오후 3시 20분부터 14.63% 하락하며 결국 10만5000원에 마감했다. 신풍제약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8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마감 후 5조5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하루 새 시총이 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후에도 신풍제약은 내림세를 거듭해 현재 약 8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신풍제약의 매출은 1003억원, 영업이익은 46억원, 순이익은 35억원 규모다. 시총 4조4242억원(이달 18일 기준)에 비하면 빈약한 성과다. 신풍제약과 비슷한 몸집인 현대건설(시총 3조7861억원)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조5442억원, 영업이익은 1529억원이었다.


올해 신풍제약의 주가 상승 원동력은 실적보다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다. 신풍제약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동종업종 평균인 129배를 훌쩍 뛰어넘는 1855배에 달하지만 여전히 네이버 금융의 인기검색종목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동학개미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코오롱머티리얼도 수소경제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실적과 주가가 따로 움직였다. 코오롱머티리얼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57억8173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1월3일 1730원이었던 코오롱머티리얼 주가는 2990원(이달 18일 기준)에 거래돼 약 73% 뛰었다. 수소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상승의 주요 배경이다. 코오롱머티리얼은 수소자동차 연료전지의 분리막 원천기술을 확보해 수소경제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동학개미가 급등 종목을 찾아 주식 매매를 하는 이유에 대해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주식시장 반등 때 저가매수에 성공한 개인투자자가 큰 이익을 거두자 6월 이후 주식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며 “이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붐에 따른 헬스케어 랠리와 테슬라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은 2차전지 랠리 등을 목격하면서 ‘잘 올라타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식을 매매했다”고 분석했다.

신용거래융자금액 15조 넘어… 3월보다 두배 증가

넘치는 변동성에 올라탄 동학개미는 투자를 위한 대출도 서슴없이 받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금액은 15조7940억원(이달 13일 기준)까지 불어났다. 3월 31일 6조5783억원과 비교하면 두배를 훌쩍 뛰어넘은 금액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매수세가 유입될수록 신용잔고는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며 “개인 투자자는 증시에서 올해 역대 최대인 43조원 규모를 사들이며 반등 구간을 견인해 신용잔고가 최대치를 경신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상승장에서 신용융자가 급증한 종목 대부분이 변동성 높은 테마주에 쏠려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최유준 연구원은 “시가총액 1조원 미만 중·소형주의 신용잔고는 10조원 규모로 전체 잔고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며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신용잔고율이 높게 나오는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테마주와 신용거래 조합의 투자 형태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