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모두 바쁘실 줄 알지만 정말 걱정이 돼서 왔습니다. 걱정이 매우 큽니다……."
21일 오전 서울시청 3층의 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강화 긴급점검 회의 주재를 위해 서울시청을 직접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발언을 시작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10초간 무거운 정적이 흐른 뒤에야 문 대통령은 말을 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확진자 수가 300명이 넘었는데, 이 300명이 900명이 되고, 또 1000명이 넘고 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에 최대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현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지난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신속하고 체계적인 방역을 통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대응하면서 'K-방역'이 세계적인 방역 모델로 자리 잡았었지만, 자칫 이번 코로나 재확산 위기를 막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20일) 청와대에서 천주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서울시 코로나19 발생 현황 및 대응 상황을 보고받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전날(20일)보다 126명 증가한 2621명으로 집계됐다. 발생원인 별로는 성북 사랑제일교회가 432명, 용인 우리제일교회 57명, 8·15 광화문 집회 관련 26명 등이었다. 서 권한대행은 "과거 구로 콜센터나 이태원 클럽, 방문판매 리치웨이 (때와 비교해 보면) 숫자가 훨씬 더 많다"며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으로부터 현황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의 첫 질문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 명단, 그리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참석자나 명단이 다 확보가 되고 있느냐"였다.
이에 서 권한대행은 "지금 성북 사랑제일교회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저희들이 확보한 것에다 계속 추가적으로 다른 자료들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광화문 집회 관련해서는 지금 중대본 차원에서 명단이 전부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자체별로 그 명단을 받으면 저희들이 연락해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중환자 병실을 비롯한 병상들의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냐"라고 질문했다.
서 권한대행은 "사랑제일교회 같은 경우에는 60대 이상 분들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증세가 악화되면 중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조금 더 중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 중수본하고도 같이 노력을 하고 있다"며 "또 서울 지역 15개 병원장들과 함께 회의를 해서 민간 병원에서도 중환자실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선 서울에 대한 방역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서울의 방역이 무너지면 전국의 방역이 한꺼번에 무너진다고 말할 수 있다"며 서정협 시장권한대행 등 서울시 관계자들을 향해 "서울의 방역을 사수해야만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을 지킨다라는 결의로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역학조사와 방역조치에 대한 방해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 대응은 물론 필요할 경우 현행범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 등 엄정한 법집행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공권력이 살아있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를 통해 "역학조사나 방역의 대상이 되는 분들은 협력하게 만들고, 지켜보는 국민께는 보다 더 큰 신뢰감이나 안도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 이후 서 권한대행,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창룡 경찰청장,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장 순으로 보고를 받았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방역 방해 행위에는 전 경찰력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며,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배후까지 규명해 처벌하겠다"고 보고했다. 서 권한대행도 "방역수칙이나 집합금지 명령위반이 있으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소장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다른 모든 유형보다 가파르다"면서 "신도를 빨리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사랑제일교회 문제가) 더 악성인 것은 다녀간 신도가 전국으로 퍼져 2차 전파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광화문 집회 참석자도 잠복기가 끝나가니 앞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내주는 한주 내내 광화문 집회 2차 전파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공공의료원 근무자, 역학조사관, 보건소 근무자 등과 통화해 현장 상황을 청취했다.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방역 조사 방해 행위가 실제로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고 묻자 한 현장근무자는 "맞습니다"면서 "어떤 집회 참석자는 서대문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휴대전화) GPS는 용산구로 나온다. 휴대폰을 용산에 두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방역 방해 사례를 소개했다.
이 현장근무자는 "확진자에게 벌금 얘기를 꺼내도 말씀을 안 해 준다. 자료를 안 주고 거짓말을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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