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중국과 러시아 간에 블라디보스토크 갈등과 러시아의 대인도 무기 판매 등으로 균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러시아가 반(反)중 대열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러 정상은 2013년 이후 30여 차례 만났을 정도로 친밀하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선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한에 의료용품을 보냈고, 러시아에서 감염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엔 중국은 수백만개의 마스크와 기타 보호 장비를 제공할 정도로 양국은 밀접한 관계를 과시했다.
◇블라디보스토크, 1860년 중에서 러로=하지만 최근에 양국 관계에선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대사관이 블라디보스토크시 창건 160주년 예배 동영상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일은 중국 내 반발을 불렀다. 블라디보스토크가 행정 중심지인 연해주는 2차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패하면서 1860년 베이징조약에 의해 러시아 땅이 된 곳이다.
다수의 중국인들은 중국의 굴욕적인 과거를 연상시킨다면서 대사관의 블로그를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동방을 지배하다'란 뜻의 블라디보스토크 명칭 사용을 거부하며 해삼위(海參?)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부는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재고하는 식으로 대사관 블로그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길버트 로즈만 아산포럼 편집위원장은 대사관 블로그에 대한 항의는 영토 분쟁이 죽지 않았다는 최초의 실제적 신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중화주의는 이 관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자신감은 미국과 달리 급성장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오고 있고, 특히 올해 들어선 코로나19로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배경 하에서 그간 쌓여온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급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2년부터 관찰됐던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존중은 미국에 맞서는 중국 편에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전략 무기 대부분, 러시아산=아울러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 이후 인도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렸을 때 러시아는 중국 국민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적과 싸우고 있는데 친구가 적에게 칼을 넘겨준다면 기분이 어떨까"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세계경제및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드미트리 스테파노비치 연구원은 이번 히말라야 충돌 훨씬 이전부터 러시아는 인도에 무기를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인도의 전략 무기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렇지만 국방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서 분열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알렉세이 무라비에프 호주 커틴대 국가안보전략문제연구소 부교수는 러시아는 군사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중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력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S-400 대공방어체계를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을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국 웹사이트 넷이즈와 소후는 코로나19 때문에 납품이 "연기됐다"고 전했지만 러시아는 이후, 납품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에 첫 포대를 받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중국 정보기관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러시아 북극과학협회 회장인 발레리 미트코를 기소하면서 추가 납품은 중단된 상태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내에선 큰 반발이 있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018년 인도가 구입한 S-400 포대 5기의 생산과 납품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인도 측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선 러시아가 중국에 앞서 인도를 중시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인도, 러에 미 주도 아태 구상 동참 요구"=중러 양국 관계를 뒤흔드는 가장 큰 이슈는 인도 정부는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동참하길 원한다는 인도 매체들의 보도이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인도 매체들은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차관과 발라 벤카테시 바르마 러시아 주재 인도 대사가 전화 통화에서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몇몇 중국 평론가들은 이 같은 구상은 "중국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는 이것은 러시아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라고 요청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의 동참에 합의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지만, 다른 이들은 러시아가 설득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스테파노비치는 미국 주도 아태 연합체가 반중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러시아가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러시아는 포괄적 지역 조직 및 및 협력 체제를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지구화센터(CCG) 빅터 가오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에 종속되도록 자국을 강등시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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