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에 이어 서울 사랑제일교회가 집단감염의 진원이 됐다. 1차 대유행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황금연휴 기간이 한달 남짓 남은 데다 대구보다 인구 밀집도가 훨씬 높은 서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병원 병상시설이 부족한 상황에 역학조사 능력이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까지 겹쳐 사실상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병상·의료진 부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완치 후 후유증까지 각종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삼중고’가 한반도를 덮친 상황이다. 병상·의료진·후유증 등의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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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일제 방역의 날을 맞은 고양시가 3호선 마두역 일대 상가에서 일제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방역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국 확산의 ‘폭풍전야’ 속에서 역학조사관 인력난에 시달리며 병상은 곧 동날 판이다. 집단감염이 확대될수록 병실과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역학조사관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감염 경로를 추적·분석하는 감염병 탐정으로 불린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역학조사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8월1일 기준 전국의 역학조사관 수는 156명(본부 95명·지방자치단체 61명)뿐이다. 이마저도 올 초(1월2일) 125명 수준에서 지난 2월 대구·경북 사태를 겪으면서 늘어난 수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확산세가 거세지는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학조사관 인력난”이라며 “대구·경북 사태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지만 역학조사관과 중환자실 인력, 병상 등 곳곳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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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관 부족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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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관의 인력 부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1~2일 이내 공개되던 동선이 7일이 지나서야 공개되고 있어서다. 전국적인 확산 양상에 역학조사가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8월2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80명 증가한 1만7945명에 이른다. 8월 초 하루 평균 20~40명을 유지하던 신규 확진자 수는 8월14일 사랑제일교회 교인의 확진 이후 ▲14일 166 ▲15일 279 ▲16일 197 ▲17일 246 ▲18일 297 ▲19일 288 ▲20일 324 ▲21일 332 ▲22일 397 ▲23일 266 ▲24일 280 ▲25일 32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발생한 환자만 1353명이나 됐다.
성북구 보건소만 하더라도 201~211번 확진자의 동선 공개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최소 4일에서 7일까지 지연됐다. 성북구 보건소는 사랑제일교회 사태로 기존 3개 팀에 불과했던 역학조사팀을 시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개 팀 60명까지 확대했음에도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의 경우 인구밀도가 높고 차량 등 이동량이 많아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은 다른 22곳에 총 120명의 N차 감염을 일으켰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역학조사를 해야 할 장소만 186곳이나 된다. 사랑제일교회 사례만 조사한다고 쳐도 156명뿐인 역학조사관이 감당하기엔 무리다는 평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파악하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역학조사 경험이 있는 보건소 관계자를 중심으로 역학조사지원팀을 구성하고 조사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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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도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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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체계를 정비하기도 전에 찾아온 위기는 병상 부족의 적신호를 켰다. 8월31일 전후로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정점을 찍어 중환자실의 병상 부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현장 진단도 나왔다.
현재까지(8월25일 기준) 건강상태가 위중한 환자만 38명에 이른다. 같은달 18일 9명뿐이던 위중 환자가 불과 일주일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이대로 확진자가 계속 늘면 수도권 지역 중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표를 뽑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연일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는 만큼 앞으로 중환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임위)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 중 중환자가 발생할 비율은 50대 2%, 60대 8%, 70대 16%, 80대 이상이 25%다. 8월14~24일까지 발생한 확진자가 이 비율대로 중환자가 된다면 8월29일 100명을 처음 넘어서고 9월1일 들어선 134명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수도권의 모든 중환자실은 341개. 이마저도 대부분 자리가 찼으며 현장에서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산소호흡기, 에크모(환자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후 다시 산소를 공급해 몸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 등 장비를 보유한 남은 병상은 7개에 불과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환자로 병상 부족은 이미 예견된 셈이다.
주영수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장은 “확진자가 중증환자로 발전해 중환자실로 옮겨지기까지 5일의 간격이 있다”며 “가장 많은 중환자가 입원하는 시기는 8월31일 전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병상 수를 30개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은 서울에 31개, 경기 20개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사진=김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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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인력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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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병상을 확충하더라도 병상을 맡을 의료진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 중환자실 인력은 보통 중환자실의 두배 이상 더 필요하다”며 “결국 중환자를 다룰 수 있는 기존 인력으로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환자를 돌볼 의료진 상당수가 빠질 수밖에 없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중증병상 추가 확보 이후 인력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병원에서 부족한 병상 수를 민간 병원에서 늘리더라도 인력 충원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중환자실 추가 확보 이후에도 인력 수급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중환자에 따라 배치되는 의료진의 인원수가 바뀌도록 조정했다”며 “아직까진 중환자실은 현재 인력만으로 운용 및 보충이 가능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역학조사관·병상·의료인력 등의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생기는 코로나19에 대응하려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