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의료기기 광고를 사전에 심의받도록 하고 이와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할 경우 행정제재 및 형벌을 부과하는 의료기기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전주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이 "의료기기법 제24조 2항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의료기기 판매회사 A사는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주시장으로부터 의료기기판매 업무정지 3일 처분을 받고 취소소송을 진행하던 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전주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2017년 12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B사도 관할관청의 심의를 받지 않고 의료기기를 광고했다가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진행하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서울남부지법도 이를 받아들여 2019년 9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및 구 의료기기법 제36조 제1항은 의료기기 광고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며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써,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고,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 심의에 행정권이 개입해 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행정기관의 자의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개입 가능성의 존재 자체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기기법에 따라 식약처장은 심의기준 등의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심의기준 등을 변경함으로써 심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 내용 및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따라서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영진 재판관은 "의료기기에 대한 잘못된 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신체?건강상의 피해는 크고, 잘못된 광고로 인해 신체?건강상 위해가 초래된 경우 그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인 제재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이전에 의료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해 규정한 의료법 조항과 건강기능식품 기능성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하여 규정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바 있다"며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고,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며, 행정권의 개입가능성이 있다면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기존 결정의 논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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