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그 이유를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병 악화 등으로 국정에 차질을 빚는 사태는 피하고 싶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 사임의 결정적 원인은 건강문제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핵심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동력을 잃은 데다, 안보·경제·외교 등 실패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연속 재임일수' 최장 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의 임기는 당초 내년 9월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실패 논란과 함께 치적으로 내세우던 경제 성과마저 흔들리며 '아베노믹스'도 힘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재정확대와 양적완화를 내세워 취임 당시 달러당 85엔이었던 엔화 환율을 3년 만에 125.8엔까지 끌어올렸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도 2018년 6월 0.8%까지 올랐다. 2012년 4.3%였던 실업률도 2019년 9월 기준 2.4%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4분기부터 역성장이 시작되더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반영된 2분기에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7.8%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될 경우로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8%에 달한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55년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로이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아베노믹스가 역풍을 맞았다"며 "아베 정권의 성장전략이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도 "국운 도약의 목표로 삼았던 2020년 도쿄 올림픽도 연기되면서 일본 경제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리더십(지도력)을 두고 불만도 터져나왔다.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아베 총리가 건강보다 경제를 지나치게 중시한다는 우려가 커졌고, 건강 문제로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아베 신조의 헌법전쟁' 등의 저서로 유명한 일본 언론인 시오타 우시오(?田潮)는 최근 아사히신문에 "아베 총리에겐 사회의 비전이나 민의를 파악해 정책으로 만드는 의식이 부족하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아베 총리가 위기를 극복할 힘이 부족하다는 점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직 법무부 장관이 부정선거 혐의로 구속되는 등 각종 스캔들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급격히 추락했다. 교도통신이 22~23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아베 총리 지지율이 36.0%로 2차 집권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인사를 두고도 정계 내 반발이 컸다. 내각에 인사국을 신설, 아베와 그의 오른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관료 인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도 성과는 좋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으며 관세폭탄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개선되는 듯했던 중국과의 관계는 남중국해와 홍콩 사태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고, 한국과의 관계는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베 총리는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이 점령했던 쿠릴 열도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과 1970~80년대 납북 일본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두 문제 모두 임기 내 해결을 약속했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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