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서울시가 시내 불교 사찰과 천주교 성당에 대면 법회·미사 금지령이라는 강수를 두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시내 모든 사찰이 이미 법회를 중단한 상태고 성당들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일부는 미사를 하지 않고 있어 강제 중단의 실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대면 법회와 미사 금지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환자 발생 추이나 지금 발생한 곳에서의 위험도 평가 결과를 보고 조치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아직 서울시로부터 건의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진행하는 역학조사를 통해 위험도 평가를 한 다음 추가 조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교회에서만 대면 예배가 금지됐으나 다른 종교시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대면 법회나 대면 미사를 금지하는 것을 정부에 건의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 입장이 하루 만에 다소 완화된 것은 시내 불교 사찰과 천주교 성당에서 대규모 집단발병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각 종교 단체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체 노력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영등포구 일련정종(日蓮正宗) 서울포교소에서는 전날까지 15명의 시내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시는 '불교 시설'의 집단 감염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련정종은 한국 불교에 속하지 않는 일본 종교이며 시는 일련정종이 지난해와 올해 신청한 법인 설립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다.
한국 불교계는 불교 5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백중을 맞아 지난 2일 법회를 진행한 이후 오는 16일까지 전국 사찰의 법회와 강의, 템플스테이, 합창단 모임 등 모든 대면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원불교도 대면 행사를 중단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은 한국 불교계가 아닌데 이미 대면 접촉을 중단하고 있는 불교계에 접촉 금지령을 내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며 "법회 금지를 건의하겠다고 발표한 어제와 상황이 조금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에서는 은평구 수색성당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나 이를 당장 전체 성당의 미사 금지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들이 미사에 참석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정확한 감염 경로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성당이 그동안 코로나19에 잘 대처해 왔고 현재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위주로 각 성당에서 자체적으로 대면 미사를 중단한 곳이 많다"며 "수색성당 역학조사 결과가 완전히 나와야 대면 미사 금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면 행사를 금지하라는 요청은 없었지만 정부나 서울시 지침이 나오면 잘 따를 것"이라며 "각 성당에서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교인들의 밀집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 기독교 개신교에만 대면 행사 금지령을 내린 이유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탓도 있지만 조직 특성의 차이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찰이나 성당의 경우 교회에 비해 수가 많지 않고 종단-사찰, 교구-성당의 중앙집권식 조직을 갖춰 통제가 용이하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최근 시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폭이 다소 작아졌고 앞으로도 8월과 같은 증가세가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타 종교에 제한을 걸기보다는 교회의 대면 예배를 다시 허용하는 발표를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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