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국의 기술과 금융 기업들이 미국과 인도의 제재를 피해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인도의 갈등 덕에 싱가포르가 정치적 갈등에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하기 좋은 곳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특히 올해부터 싱가포르가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한 점 등도 중국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평가다.
무역 전쟁 및 정보기술 탈취를 문제삼아온 미국은 물론 최근 양국 감정이 악화된 인도 역시 중국 본토 기업들에 대한 장벽을 높였다. 이에 알리바바가 지원하는 앤트그룹, 중국 2위의 증권사인 하이통증권, 화웨이 클라우드 부문,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디지털 은행 위뱅크는 최근 몇 달 동안 싱가포르 이전이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 투자관리협회(IMAS)는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져 내부에서도 이들 기업들을 더 잘 지원하고 유치에 힘쓰기 위해 중국 담당 부서를 설립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틱톡을 포함해 다수의 인기있는 앱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인도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같은 이유로 이동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 역시 미국의 제재로 고전중이다.
치아 호크 라이 싱가포르핀테크협회 회장은 "싱가포르는 미국, 중국, 인도간 지정학적 긴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서 "3월에는 350개였던 회원사들이 9월에 780개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스스로를 아시아의 기술 중심지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금융 기업들을 손짓하고 있는 것은 싱가포르통화청이 최근 시작한 가변자본기업(VCC)체제다. 케이맨제도나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처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한 개방형 투자기업인 VCC로 회사를 세우면 재무제표나 주주명부 등의 공시 의무도 없다.
조세회피처로 몰리는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이 체제 덕에 지난 1월부터 싱가포르에는 109개의 VCC펀드가 조성됐다.
싱가포르 통화당국과 경제개발 기관은 싱가포르에 자리잡은 중국 금융회사나 기술회사 수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적 혜택으로 많은 중국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건너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르멘 위 IMAS 대표는 이것 외에도 싱가포르의 강점은 "인구 6억5000만명 이상인 동남아시아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위치"라고 말했다. 위 대표는 "IMAS의 중국 회원수도 2018년 이후 매년 두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은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싱가포르 입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통증권은 잠재적인 인수대상을 찾기 위해, 앤트그룹은 디지털은행 라이선스에 입찰하기 위해 노리고 있다. 하이통증권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택했다"고 말했다. 앤트그룹 등의 소식통은 기술 및 금융 분야의 협력을 장려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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