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한국인 선수가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으면서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축구종가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진 후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풀럼). 이동국(미들즈브러), 김두현(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 조원희(위건 애슬레틱), 이청용(볼턴, 크리스탈 팰리스), 지동원(선덜랜드),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스완지, 뉴캐슬), 윤석영(퀸스파크레인저스) 등이 박지성의 뒤를 따랐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성장, 지난 2015-16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3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흥민 이후 14번째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 지난 시즌까지 뉴캐슬 소속이던 기성용마저 K리그로 유턴, 이제 손흥민만 영국에 남게 됐다. 유일한 한국 선수다. 하지만 일당백인 그가 커리어 6번째 EPL 시즌을 시작한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오는 14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에버턴과 2020-2021시즌 EPL 1라운드 홈 개막전을 치른다.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EPL 톱클래스 선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이다. EPL 데뷔였던 2015-16시즌 정규리그 4골에 그쳐 실망감을 안겨줬던 손흥민은 이듬 시즌부터 확 달라졌다. 2016-17시즌 14골을 시작으로 점프한 손흥민은 2019-20시즌의 11골까지 4시즌 연속 정규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정이 뒤죽박죽이던 지난 시즌에는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정규리그 11골10도움으로 아시아인 최초 '10(골)-10(도움) 클럽'에 가입, 만능 재주꾼임도 입증했다. 지난 시즌 EPL에서 10-10에 성공한 선수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뽑은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 데 브라위너(맨시티)와 손흥민 둘 뿐이다.
각종 대회를 통틀어 18골12도움으로 무려 30개의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는데, 팔 골절 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코로나19로 리그가 멈춰 있는 사이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는 것까지 떠올린다면 박수가 아깝지 않은 발자취였다. 감초와 같은, '70m 질주 후 원더골'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순간도 있었다. 매 시즌 성장하고 있는 그가 6번째 도전에 나선다.
이제 토트넘 내 입지는 확고하다. 에이스급이다. 여전히 해리 케인이라는 간판 공격수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으나 손흥민이 버금가는 비중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올해의 골', '주니어 회원이 뽑은 올해의 선수', '공식 서포터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 '레전드가 뽑은 올해의 선수'를 싹쓸이했다.
어느덧 리더의 향기까지 내뿜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중순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어느덧 28세가 됐다.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고참이 됐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나 이제는 젊은 선수들을 도와줘야하는 위치에 올랐다"면서 "유스팀에서 올라온 20세, 21세 선수들을 도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내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언급한 바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가치가 높은 선수다.
일단 개막을 앞둔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손흥민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4차례 프리시즌 경기에서 모두 4골을 넣으면서 팀 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일 왓포드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종료 직전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 상대 슈팅을 걷어내는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주면서 동료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에이스이자 리더다.
시즌 초반 일정은 다소 빡빡하다. 토트넘은 EPL 1라운드를 마치고 사흘 뒤 로코모티프 플로브디프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차예선을 치르기 위해 불가리아로 향한다. 이 장거리 원정길을 포함, 약 3주간 2~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야한다. 유로파리그와 카라바오컵에서 일찍 떨어지지 않는다면 21일 동안 무려 9경기를 소화해야하는 강행군이다.
또 다시 커리어 하이에 도전할 손흥민으로서는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앞선 시즌이 끝난 뒤 1개월 반밖에 되지 않는 시점에서 새 시즌이 개막,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배경과 함께 시즌 초반 운영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