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올해 2분기 정치 콘텐츠를 게시한 한국어 유튜브 채널 449개를 조직적 여론 조작 혐의로 삭제한 가운데 중국·러시아 사례와 달리 해당 채널의 운영 주체와 구체적인 제재 근거는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체 삭제 채널의 80% 이상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집중되면서 해외 빅테크 플랫폼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공개한 '2026년 2분기 영향 공작(Influence Operations) 보고서'를 통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조직적 영향력 행사 활동을 벌인 계정을 적발해 조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2분기 한국어 유튜브 채널 총 449개를 폐쇄했다. 월별로는 4월 22개, 5월 367개, 6월 60개다. 전체의 81.7%에 해당하는 367개 채널이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에 집중적으로 삭제됐다.
구글은 해당 채널들이 일반 이용자에 의한 자발적 활동으로 위장한 채 특정 정치적 의제와 담론 형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비진정성 조율 행위'(Coordinated Inauthentic Behavior)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449개 채널을 11개 캠페인으로 분류해 제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글은 어떤 단체나 조직이 해당 채널을 운영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여론 조작이 이뤄졌는지, 실제 폐쇄된 채널명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적 성향별 분포 일부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운영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비공개 방침은 다른 국가 사례와 비교되며 의문을 키우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구글은 중국 관련 계정 9173개, 러시아 관련 계정 2083개를 제거했다고 공개하면서 국가 연계 여부와 활동 목적, 배후 조직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한국 사례에 대해서는 조직적 여론 형성 개입 행위가 있었다는 원론적 설명 외에 운영 주체나 연계 세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콘텐츠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적발된 계정 가운데 정부 비판 성향, 정부 지지 성향, 특정 정치인 지지 성향 등이 함께 포함됐다고 설명했지만 개별 채널과 위반 행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재의 정당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조직적 여론 조작과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의 설명 책임 역시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여론 형성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가 대규모 정치 채널 제재를 단행하면서 구체적 근거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과 음모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직전 1년간 공개된 한국어 정치 채널 제재 사례가 없었던 상황에서 선거 시기에 수백 개 채널이 무더기로 삭제된 점은 향후 플랫폼 규제 논의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자체 기준만으로 국내 정치·사회 담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재 기준과 이의 제기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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