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패션 쪽은 지금 엉망진창입니다. 대기업 몇 개 제외하고는 임금삭감·구조조정·무급휴가는 기본이에요. 이러다 회사가 더 안 좋아져서 직장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업계가 다 안 좋다 보니 어디 이직 할 때도 없는데…” (L사 직원)
가을·겨울 시즌 어쩌나… 매출 30%씩 빠져
패션업계에 따르면 통상 업계는 8월 중순부터 가을·겨울(F/W) 시즌 준비에 분주하다. 그러나 올해는 신상품 반응을 보기도 전에 손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 19일 이후부터는 상황이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우선 주요 판매 채널인 백화점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8월21일~23일 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15.4%·12.2% 역신장했다. 특히 신세계 여성 패션 부문 매출은 29% 감소하면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즌 행사도 불투명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집합이 전면 금지되고 재택근무도 확대돼 시즌을 알리는 패션쇼나 행사도 사실상 무의미해 졌다.
의류 벤더사 한 관계자는 “1분기 코로나 확산으로 사실상 봄 시즌을 건너뛰고 여름 시즌을 준비했는데 역대 최장기간 장마에다 해수욕장도 조기 폐쇄되면서 여름 특수도 못 누렸다”며 “상반기 부진한 매출을 메우려 비교적 마진이 큰 가을·겨울 상품으로 이른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올해 장사를 통으로 날리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빈폴스포츠 접고 임금반납… OEM도 위기
패션기업의 실적을 보면 코로나19의 충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 1분기 309억원이라는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뼈를 깎는 비용 절감으로 2분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전년 대비 90% 감소한 수치다.
삼성물산은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지난 6월 비수익 브랜드인 빈폴스포츠를 정리하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는 ▲주 4일 근무 ▲임원 임금 반납 ▲희망자 무급휴직 등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LF 한 직원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기라도 하면 사실상 봉쇄조치와 다를 바 없고 내수 패션업계는 또 다시 치명타를 입을 게 뻔한데 구조조정이나 임금삭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국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의류업체 상황은 더 안 좋다. 세계적으로 백화점 및 패션업계 가두점 영업이 중단되면서 미국·유럽 바이어의 주문 취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한세실업은 2분기 매출액이 45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으나 영업적자 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영원무역 역시 2분기 매출액 5455억원, 영업이익 517억원으로 각각 전년비 19%, 43% 감소했다.
한세실업의 경우 방호복과 마스크 생산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커졌으나 해당 사업이 저마진인 탓에 손익 개선에 도움을 주진 못했다. 영원무역은 주문 취소와 선적 지연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버텨도 ‘시한부 4개월’… 줄도산 우려
업계에선 지금처럼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매출이 급감하는 등 회사의 유동성이 계속해서 말라가다 보면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중견 기업에선 ‘시한부 4개월’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영창실업 자회사로 출발한 성창인터패션과 국내 1위 선글라스 수입업체인 브라이언앤데이비드는 상반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채널과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는 계속 나가지만 매출은 큰 폭으로 급감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백화점 위주 브랜드라 하더라도 홈쇼핑·이커머스·라이브 커머스·크라우드 펀딩 등 채널 다양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