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A군(10)과 B군(8)이 라면을 끓이던 도중 주방조리도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인천소방본부 제공)

"불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119 신고센터로 한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고 전화를 받고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불이난 곳으로 향한 소방. 매캐한 연기와 불길이 자욱한 이곳에서 작은 체구를 가진 형제를 발견했다. 이중 한 아이는 침대에 쓰러져 있었고 온 몸에 큰 화상을 입어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A군(10)과 B군(8)이 라면을 끓이던 도중 주방조리도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두 형제는 전신 화상으로 인한 장기 손상 등으로 중태에 빠졌다.

당시 형을 먼저 발견한 소방대원은 "형이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구하려고 책상 아래로 이불을 둘둘 말아 밀어 넣었다"고 회상했다. 불길이 번지자 형이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가 주위 국가들에 비해 잘 마련돼있다고 알려진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전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복지 사각지대의 빈틈을 보여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뀐 일상의 단면을 전해줬다.

라면형제, 사고 막을 수 있었다



돌봄교실 신청 학생이 학교에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화재는 A군과 B군이 보호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다 발생했다.
두 형제는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시각인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은 평소 같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형제가 학교에 갔다면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으며 이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학교에 가지 못해도 '돌봄교실'을 통해 급식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형제의 모친인 C씨는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절했다.

A군과 B군은 지금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단 한번도 다닌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아이들을 스스로 돌보겠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을 보내지 않았고 돌봄교실도 신청하지 않았다.

돌봄교실을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는 형제는 돌봄교실이 운영되던 비대면 수업 기간에도 집에서 원격수업에만 출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사고 발생 전 C씨가 돌봄교실 신청만 했어도 라면형제의 참변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불쌍한 아이들… 모친 '자녀 방임' 이미 걸렸었다



이들 형제(사진)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YTN 뉴스 캡처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들 형제는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C씨는 과거 A군과 B군을 방임했다는 신고를 3차례나 받았다.

지난 17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 "C씨가 두 아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다"는 신고가 총 3차례 접수됐다.

기관은 세 번째 신고를 받은 뒤 C씨를 방임 및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인천가정법원에 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C씨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고 경제적 형편상 방임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어머니와 아이들을 격리해달라"는 보호 명령 청구였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보호 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C씨에게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형제에게도 12개월간 상담을 진행하도록 한 것.

화재 사고는 법원이 격리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 기간에 발생했다.

라면형제 참변은 복지 사각지대 이어 행정·사법 당국의 적극적인 아동보호 조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사고를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더 이상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지자체와 행정당국, 사법당국은 이번 참변이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발생함을 깨닫고 정부에서 시행하는 복지 정책을 적절히 이용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