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해온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경찰·인터폴 공조로 검거됐다. 디저털교도소는 '성범죄 자경단(自警團)'을 자처하며 운영 기간 내내 '사적 불법 제재', '무고한 사람 응징' 등 숱한 논란을 불렀다.
경찰청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인 30대 남성 A씨를 인터폴을 통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디지털교도소 등을 운영하며 법무부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성범죄자와 살인·아동학대 피의자들의 얼굴 등 신상정보와 선고 결과를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 등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문을 열었다. 소개글에도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적혀 있다.
디지털교도소를 둘러싼 논란은 등장 때부터 불거졌다. 이른바 '사적 응징'의 정당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아무리 범죄자라도 수사·사법기관의 판단이 아닌 개인의 자의적 기준으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의견과 수사·사법기관의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면 개인이라도 신상공개를 통해 범죄자를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맞섰다.
이후 잠시 사그라졌던 논란은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돼 억울함을 호소하던 고려대생 B씨(20)의 사망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점화했다. B씨는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범죄 혐의점이 없는 변사사건"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인능욕 범죄자'로 지목돼 지난 7월12일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박제'됐다.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고 모욕했다는 것이다. 다만 B씨의 범죄 여부는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태다.
죽음까지 부른 디지털교도소의 신상공개를 두고 사적 응징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B씨의 모교인 고려대 커뮤니티에서는 '무슨 권리로 법 위의 집행자 행세를 하느냐'며 디지털교도소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와 함께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한 사실도 알려지며 디지털교도소를 향한 비판이 커졌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6월 채정호 가톨릭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59)가 성착취물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며 그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 무죄로 밝혀졌다. 또 격투기 선수 출신 한 유튜버를 지난 7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하며 신상정보를 공개했으나 동명이인으로 밝혀졌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검거에도 해당 웹사이트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현재 2기 운영자가 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와 한 교수님의 신상공개 문제로 디지털교도소가 일시 폐쇄됐다가 다시 운영 중인 상황인데 경찰은 이 또한 공범의 일종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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