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추석을 앞두고 방문한 서울 중랑구의 우림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진=정소영 기자
추석을 앞두고 북적거려야 할 시장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생선가게는 파리가 날렸고 과일가게에 나열된 사과, 배 등은 늦더위에 생기가 없었다. 그나마 정육점은 소갈비를 사려는 이들로 붐볐을 뿐이다.
지난 27일 오후 2시쯤 서울 중랑구 한 시장의 풍경이다. 명절을 앞두고 방문했던 그동안의 시장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어깨 부딪히며 "잠시만요"를 외치는 이들도 많았는데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족대명절인 추석 장을 볼 때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는데 올해는 시장에 찾는 사람이 없어 편안하게 장을 봤다. /사진=정소영 기자
오히려 걸을 때마다 주위를 훑어보면서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일까. 값을 보려고 걸음을 주춤하는 손님을 잡으려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기자는 '송편이 맛있게 잘 됐다'는 떡가게 아주머니 설득에 1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가족들이 먹을 송편이었다.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을 사려면 줄을 서든지 혹은 오전 일찍 사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달랐다. 

기자가 우림시장 떡가게에서 구입한 송편 1만원어치다. /사진=정소영 기자
떡집을 운영하는 A씨(70대·여)는 "대형마트 때문에 다 죽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장사가 더 안 된다"면서 "그나마 추석을 앞두고 이 정도면 많은 것"이라고 애써 위안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 실정을 알아주려고 해서 고맙다"며 기자에게 되레 감사하다는 말도 건넸다.

과일채소값 천정부지… 사과 1개 2000원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값에 기자는 깜짝 놀랐다. /사진=정소영 기자
이날 시장을 둘러보며 놀란 건 한산한 분위기뿐만이 아니였다. 확연히 오른 과일과 채소값이었다.
기자는 과일을 사려고 방문한 한 과일가게 앞에서 돈 계산하기 바빴다. 사야할 음식은 더 있는데 과일값이 올라 돈 계산을 하고 구입해야 했다.


사과 2개, 배 1개, 포도 1개를 샀다. 1개 기준 사과는 2000원, 배는 3000원이었도 포도 1송이는 2000원이었다.

손이 떨렸다. 매일 오른 물가를 감당해내는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했다.

이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B씨(50대·여)는 "이번 여름 폭우로 과일값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석 앞두고 내놓는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반으로 줄였는데 이마저도 다 팔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도라지 한 묶음을 5000원에 판매해 기자는 사면서 손을 떨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채소가게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을 보던 중 채소가게 주인으로부터 싱싱하다는 말을 듣고 도라지를 산 기자는 또 손을 떨었다. 도라지는 1묶음에 자그마치 5000원이나 했다.
기자 옆에서 도라지 묶음을 살펴보던 한 부부와 아주머니는 가격을 들은 뒤 다른 채소를 구입했다.

생선값도 고등어 한손에 7000원에 판매되는 등 물가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정소영 기자
옆에 있던 생선가게에서는 고등어자반을 한마리에 7000원, 반건조 조기를 두마리에 1만원에 내놨다. '시장은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한 기자가 뽑아온 현금은 생선까지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가격만 보고 지나쳤다.
김치 등 반찬을 판매하는 한 가게 앞에서 흥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홀로 장을 보러 나온 한 노인은 김치를 가리키며 "5000원어치만 줘"라고 했지만 상인은 "물가 올라서 안 돼요. 1㎏에 1만원부터"라고 답했다.


결국 노인은 발걸음을 돌렸다.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김치 또한 덩달아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한 103.19를 기록했다. 이중 배추 생산자물가는 전월비 80.9% 올랐다.

김치는 한국인 밥상에 꼭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하지만 올 여름 긴 장마 등 물가 상승에 소비자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날 장을 보러 온 나은희씨(51·여)는 반찬가게 앞에서 "폭우에 코로나19에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장을 보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한가로워 오면서 갸우뚱했는데 가격을 보고서는 경기가 안 좋아 발길이 끊길 수밖에 없겠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시장에 계신 분들도 힘들 텐데 얼른 경기가 풀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사람 끊기고 월세값 그대로… 그래도 상인들은 웃었다



추석 앞두고 장을 보며 동향을 살펴보려고 기자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우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정소영 기자
손두부가게에서 만난 상인은 코로나19에 매출이 하락한 것과 함께 월셋값이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조심스레 월세를 묻자 주위를 둘러보던 상인은 "131만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생계 유지 방안인 '착한 임대료 운동'이 확산됐지만 이 시장은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손두부가게 상인은 "어쩌겠나"라며 "이날 이렇게 와준 분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지"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도라지를 구입했던 채소가게 주인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기자에게 추석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알아주고 찾아와줘서 고마울 뿐이예요"라며 "다같이 이겨내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도라지 매운 양념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면서 "추석 잘 보내세요"라고 덧붙였다.

힘든 시기 국민들끼리 뭉치며 이겨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서로를 탓하지 않고 힘든 시기 잘 이겨내보자는 정신은 민족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