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16년 3월 미국 공화당은 "대선이 있는 해에는 대법관 지명을 보류하고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을 반대했다. 상원의 과반을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메릭 갈랜드 판사의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않고 인준 표결을 거부했다.
당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선거 전이든 선거 후든 '원칙'은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고 차기 대통령이 대법관 지명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새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판사가 연방대법관이 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은 4년 뒤 정반대가 됐다. 미국 '진보진영의 대모'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세상을 떠나면서 연방대법원에 또 공석이 생긴 것이다.
대선까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속전속결로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작고한지 일주일 만에 코니 배럿 판사가 후임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미국인의 대다수는 이번 대선 당선자가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21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62%가 이번 대선의 승자가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도 생전 "차기 대통령이 후임을 뽑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여론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대선 전에 인선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대선 결과에 불복할 때를 대비해 대법원 진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짜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달 전부터 '대규모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투표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고 시사해왔다. 그는 지난 23일 '평화적 권력 이양'을 약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지 않았다. 대선 결과가 연방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공화당은 서둘러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긴 했지만 대법관 인선은 강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돕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4년 전에는 차기 대통령이 대법관 지명하는 것이 원칙이라더니 입장이 일관되지 않다"며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법사위원장의 자택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제지만 권력에 눈이 멀어 원칙을 저버리는 공화당은 더욱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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