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관련 법에서 정한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같은 취지로, 이 사건 1심은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1부(부장판사 황정수 최호식 이종채)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국가는 A씨에게 1억1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76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가 2013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해 A씨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2015년 11월 "이미 A씨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수령했다"며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는 2015년 1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복역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민주화보상법에서 정한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2018년 8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A씨는 헌재 결정 이후 다시 법원에 국가배상을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은 또다시 A씨 청구를 각하했다.
1심은 "헌재 결정은 법률조항의 일부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의 실질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과 마찬가지로 종래의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모든 법률문제는 법률조항 일부의 위헌 문제로 취급될 수 있어, 이 같은 헌재 결정이 헌법과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 결정으로 허용된다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률조항 중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재산적 손해 외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법률해석의 문제"라며 "그 판단은 법원의 권한에 속하고 헌재 결정은 법원 판단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당시 헌재의 일부위헌 결정을 놓고 사실상 한정위헌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는데, 법원이 헌재 결정을 한정위헌으로 보고 이 결정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정위헌'이란 법률이나 법률 조항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지 않고 특정한 해석기준을 제시하면서 위헌임을 선언하는 헌재의 결정이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법률해석 문제인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에 기속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부위헌의 경우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판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항소심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위헌 결정은 이른바 양적 일부위헌 결정에 해당할 뿐 법률의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한정위헌 결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 사건은 지난 9월25일 국가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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