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박종홍 기자 =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통해 원천봉쇄한 당국의 집회 통제 방침을 두고 경찰·방역전문가와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글날인 오는 9일 이 일대 보수단체의 집회가 또다시 예고된 가운데 경찰이 개천절집회 때와 같은 봉쇄전략을 시사해 과잉대응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개천절집회 당시 당국의 광화문광장 원천봉쇄 대응을 둘러싸고 경찰 쪽과 일부 정치권·시민사회계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경찰은 광화문광장 일대에 펜스·차벽을 설치하고 서울 경계·한강다리·도심 등에서 3중 검문을 하는 등 개천절 대규모 집회 원천차단 조치를 취했다. 법원이 9대 이하 차량 시위만 허용한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시위'도 철저한 통제 속에 진행시켰다. 경찰은 집회 통제에 1만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 열린 정례간담회에서 개천절집회 과잉대응 지적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지통고된 집회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염병예방법 등 법 집행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다"고 강조했다.
관할인 서울지방경찰청도 "경찰에서는 8·15 광복절 집회 때와 같은 감염병 위험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집결자제 요청과 함께 검문검색·차량우회 등 조치를 했다"며 "시민들께서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적극 협조해 주신 덕분에 안전하게 상황이 종료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개천절집회 광화문광장 차단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직접 대면하고 모이는 형태의 집회를 어느 수준에서 막는 건 필요한 조치였다고 본다"고 했다.
일부 정치권의 생각은 정반대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광화문광장 주변을 원천봉쇄한 것을 두고 '재인산성'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찬성도 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이 가진 헌법상 권리, 법원이 인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단호히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와서 국민의 말을 들어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경찰을 앞세워 철통같은 산성을 쌓는 것인가"라며 "한글날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와 국민의 말을 듣고 본인의 생각을 밝혀달라"고 했다.
시민사회계도 일부 비판 입장이다. 특히 진보성향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게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이런 논란은 되풀이될 전망이다.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신고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10인 이상 개최예정으로 신고된 집회는 13개 단체, 56건이다.
집회 신고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개천절집회 원천봉쇄 때 반발했던 주축 보수단체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이날 오후 종로경찰서에 2000명 규모로 집회신고를 했다.
최인식 8·15비대위 사무총장은 "개천절 광화문을 보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야 할 가치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경찰은 신고 단체에 금지통고를 했거나 할 예정이다. 혹시 모를 집합에 대비해 개천절집회 때와 같은 봉쇄전략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청장은 "차벽 등은 경찰의 집회와 시위 관리 수단 중 하나이며 불가피한 경우 차벽도 가능하다는 2017년 서울고등법원 판결도 있다"고 했다.
다만 경찰 입장에서는 숙제도 있다. 특히 대면집회에 비해 차량을 이용한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집회·시위' 금지에 대해서는 방역 전문가나 문재인정부를 지지하는 진보 시민단체 등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원석 교수는 "방역 차원에서 볼 때 차량으로 개별적으로 이동하면서 코로나19 전파가 가능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코로나19 방역이 모든 것에 적용돼 제한이 가해져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참여연대도 "차량시위 금지는 지나친 대응"이라고 밝혔다.
또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1인 시위에 대한 대응도 지나치다는 견해도 있다.
김 청장은 한글날집회 대응과 관련해 "집회 신고 내용을 잘 분석하고 방역당국과 협의해 불법집회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감염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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