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정부 여당이 역점 추진 중인 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며 여권의 환영을 받아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돌연 노동법과 노사관계법 개정 필요성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전날(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제3법을 떠나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러려면 노동법·노사관계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법률인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추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에 더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경제3법에 대한 찬성으로 당내에선 반발을, 당 밖에선 환영을 받은 김 위원장이 갑자기 노동법·노사관계법 이슈를 던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런 김 위원장의 행보에는 민주당을 노동 개혁의 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위원장이 노동법과 노사관계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검토한 적 없다"면서도 "노동개혁 부분은 (경제3법과의) 밸런스(균형)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평소 사석에서도 노동 관련 법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이번에 꺼내든 노동법 개정 논의가 적어도 '균형 차원'에서 가볍게 던진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제가 잘되려면 경영쪽에서도 잘못된 부분은 개선해야 하고, 노사관계에서도 똑같이 잘못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재벌 같은 거대 집단이 잘못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사관계에서도 개선할 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김 위원장은) 계속 해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경제3법에 찬성하며 민주당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노동법·노사관계법 개정 필요성을 꺼내 역으로 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보수 정당 대표로서 국가 경제를 위해 '기업 규제 3법'이라고도 불리는 경제3법에 전향적으로 찬성했으니, 민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전통적 지지 세력인 노동자 계층을 향한 개혁의 칼날에 힘을 합치라는 주문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노동법·노사관계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에 보면 141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고용·해고 문제는 102번째이고, 노사관계는 103번째, 임금의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84번째 위치를 차지하는 등 매우 후진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객관적인 통계를 들어 '국가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민주당이 빠져나갈 틈을 좁혔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노동법·노사관계법 개정에 뜻을 같이 한다면 김 위원장은 거대 좌파 여당의 노동 개혁을 이끌어냈다는 성과를 얻게 된다. 민주당이 계속 거부한다면, 기업 개혁만 추구하고 노동 개혁은 등한시한다는 '노동 편향 정당' 이미지를 덧씌워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어느 쪽을 택하든 김 위원장은 '꽃놀이패'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노동법·노사관계법 개정 논의로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에 강한 불신을 가져온 당내 세력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 '보수'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한 데 이어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인 것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당의 외연확장 필요성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과도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기류는 특히 김 위원장이 경제3법에 대한 당내 여론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찬성' 입장을 주도적으로 내세우면서 극심해졌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자신의 경제학적인 신념을 이루려는 수단으로써 우리 당 비대위원장 직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외연확장을 명분 삼아 당을 밟고 자기 정치만 하려고 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노동계를 향해서도 개혁의 날을 들이민 것이 당내 반발을 어느 정도 사그라들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제민주화'가 김 위원장의 오랜 신념이고 이번 결정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경영계는 (당 지지층에서) 작지 않은 포션(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 표를 다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의원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앞으로 노동 개혁 움직임도 계속 이어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원들의 의심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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