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 사고가 발생한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무료접종)의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6일 전북 전주시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앞에 유료 독감백신을 맞기 위한 시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유경석 기자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 의심으로 접종이 중단됐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보건당국의 품질평가 결과 영향이 없다고 결론났다. 안정성과 효력 등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상온 노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진 탓에 의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온노출 백신 노출 시간은


7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유통 과정 중 상온노출이 의심돼 품질 검증을 진행한 독감백신은 총 539만 도스다. 이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안전성 및 품질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질병청은 정부조달계약 업체인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 578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중 일부가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달 22일부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했다.


이후 질병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문제가 된 백신을 대상으로 유통과정을 조사했다. 호남지역으로 이동한 일부 11톤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톤 차량으로 배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톤·11톤 차량의 운송횟수는 총 391회이며 이중 잠시라도 적정 보관온도 2~8℃를 벗어난 운송횟수는 196회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의 평균은 88분으로 1시간 이상이다. 일부 차량은 운송 중에 일부 시간이 0℃ 미만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은 11톤과 1톤 차량의 기록을 합산했을 때 80%는 3시간 이내였으나 1톤 차량 1건은 적정온도를 800분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효력시험에서 모두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5개 지역에서 2개 품목, 750도즈를 수거해 무균시험을 포함한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전 항목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 추가로 정부는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변화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해 9개 지역, 3개 품목, 1350도즈에 대한 검사에서도 모두 적합했다.


아울러 정부는 25도와 37도의 조건에 맞춰 일정 시간 백신을 보관한 후 식약처, 제조사,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이 단독·교차 안전성시험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8품목 모두 25도에서 24시간 이상 조건일 때 품질이 유지됐다. 즉 안전성과 효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48만도즈는 수거, 접종재개는 12일쯤


다만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 폐기하기로 했다. 규모만 48만 도즈에 달한다.

질병청은 1톤 차량의 온도기록지를 확인해 온도 이탈 정도를 분석한 결과 운송차량 온도 기록지상 0도 미만 조건에 노출된 백신 약 27만도즈가 무더기로 확인됐다.이외에도 호남 일부 지역에서 이뤄진 야외 백신 상·하차 작업 중 바닥에 일시 적재되었던 백신 17만도즈 ▲적정 온도 이탈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배송된 물량 2000도즈▲개별 운송돼 운송 과정에서 온도가 확인되지 않은 백신 3만도즈 등 총 48만도즈를 수거하기로 했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0℃ 미만에 보관된 백신 수거조치와 관련 "백신이 동결됐다 다시 녹일 경우 뿌연 침전물 형태로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주사를 할 때 주사기가 막히는 등 접종 현장에서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냉동됐다가 녹였을 때 백신의 함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물리적으로 성상이 변화돼 백신 접종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배송 ·운송 과정에서 노출된 정도와 시간을 고려할 때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백신 효력이 일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면 그런 위험성도 제거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수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품질이 검증된 제품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해 오는 12일쯤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만큼 이날 정부 발표로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모양새다. 이미 유료 독감백신을 맞은 국민들도 많으며 상온 노출이라는 백신에 대한 의혹으로 무료접종을 기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질병청이 지자체를 통해 파악한 결과 상온노출 의심 백신 접종자는 지난 6일 오후 4시 기준 16개 지역 3045명이다. 이중 수거 대상 백신을 접종한 사례는 7개 지역 554명이나 된다. 따라서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진 만큼 접종을 재개하더라도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 청장은 "앞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이 더욱 안전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개선하며, 접종기관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