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19기)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김 부장판사의 증인채택 필요성에 대한 의견서를 입수해 검토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만이 볼 수 있는 의견서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경위를 따져물었지만, 김 부장판사는 "답할 이유가 없다"며 구체적 해명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판기일에 김 부장판사를 증인신문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가 사전 교감해 김 부장판사가 공판 시작 전에 무죄취지의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파기환송심을 맡은 뒤 재판을 끌다가 선고하지 않고 2017년 2월 서울고법 민사부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검찰이 재판부에 지난 8월12일 제출한 의견서 등을 입수해 검토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자신에 대한 증인 채택을 재검토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적 있는데, 의견서에는 검찰이 낸 의견서를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재판부에 제출된 서류들은 검찰, 피고인 및 변호인만 열람·복사할 수 있다.
김 부장판사는 "제가 나중에 확인했는데, 저에 대한 증인채택 결정 이후에 검찰이 8월12일자로 재판부에 제출하는 형식으로 기재돼 있는 의견서를 읽어 본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런데 그 당시에 그게 실제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했는지 여부는 확인한 적은 없다"며 "다만 의견서 형식·내용 자체가 저에 대해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했던 이야기와 일치해 검찰에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가 맞겠구나 생각하고 (의견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무언 가를 봤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어떤 입증취지와 필요성을 갖고 증인신청했는지 확인한 게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했다.
검찰은 "그게 증인에게 가야되는 서류가 아니지 않냐"며 "의견서를 어떤 경위로 누구에게 입수한 거냐"고 캐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그게 저에 대한 증인신문 입증취지랑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받아쳤다.
이후 이 사건과 상관없는 질문이라고 반박하는 변호인과, 증인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질문이 필요하다는 검찰 간의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자 김 부장판사가 "법정에 있는 변호인, 피고인, 재판부, 검사 그 누구한테도 안 받았다"며 "누차 말하지만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사님들의 저에 대한 압수수색이 헌법과 관련 법률, 판례 취지를 그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저는 의심스럽다. 이런 상태에서 제가 그 부분에 답변할 이유 없다"고 잘라말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질문 상당수를 재판부 합의 내용이라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도 "형사소송법상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증언거부권 행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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