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홈런을 날린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손혁 감독과 거수 경례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준우승 감독을 내치더니 3위에 올라 있는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35세의 이름도 생소한 퀄리티컨트롤(QC) 코치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키움 히어로즈가 보여주고 있는 이상한 행보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키움 구단은 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손혁 감독이 7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을 마친 후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손혁 감독 역시 담당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더 공부하며 노력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그동안의 고마움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사퇴를 공식화했다.


감독대행은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맡는다. 퀄리티컨트롤이란 영상, 데이터 등을 분석해 각 파트 코치들과 경기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이다. 키움은 지난 2월, 당시 김창현 전력분석원을 QC 코치로 선임했다.

감독이 계약기간(2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여기에 감독대행 선임도 좋게 말해 파격, 나쁘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보통은 감독 사퇴 후 수석코치를 비롯한 남은 코칭스태프에서 감독대행이 나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정이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대전고, 경희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프로 경험은 없다. 2013년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해 프런트 경력만 쌓았다. 특히 1985년생으로 키움의 중심타자 박병호(1986년생)보다 겨우 한 살이 많다. 선수단을 정상적으로 통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키움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장정석 감독은 재계약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키움은 재계약에 뜸을 들이더니 손혁 감독을 선임하며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렇게 사령탑에 오른 손혁 감독마저 계약 첫해 석연치 않은 자진사퇴로 팀을 떠났다. 벌써 '후임 감독 내정설'이 들린다. 손혁 감독이 독자적으로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드러나지 않은 힘에 의한, 자진사퇴로 포장된 퇴진일 가능성이 크다.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에서 유일한 야구 전문 기업이다. 모기업에 의존하는 나머지 9개 구단과 달리 다양한 마케팅으로 자생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이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경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히어로즈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이장석 전 대표는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허민 이사회 의장이 실권을 장악한 뒤로도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키움은 야구를 잘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017년을 제외한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올 시즌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운영팀장 출신 장정석 전 감독의 선임도 당시에는 지지받지 못했지만, 결국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정규시즌 12경기,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남겨 놓은 키움. 일단 목표였던 우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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