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뉴스1) 임성일 기자 = 타이틀이 걸린 대회도 아니고 다른 나라와의 국가대항전도 아니다. 벤투 감독 표현처럼 '한 지붕 두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형님과 동생들의 대결이니 사실 결과에 집착할 것은 아닌 경기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져도 되는 경기'는 없다. 당연히 승리를 위해 뛴다. 하지만 묘하게 온도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 동생들은 "운동장에서 나이로 위아래는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형님들은 "좋은 경기,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한발 빼는 모양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올림픽대표팀(U-23대표팀)의 스페셜 매치 첫 번째 대결이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격돌한다.
이번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평가전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마련된 특별 이벤트다. 한동안 '국대축구'에 목말랐던 축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지만, 사실 A대표팀 쪽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동생들이야 큰 고민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무대이나 형님들은 패하면 타격이 적잖다. 실제로 경기를 앞둔 양 팀 사령탑과 선수들의 자세에서도 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일단 동생들은 의욕충만이다.
경기를 하루 앞둔 8일 파주NFC에서 만난 김학범호의 스트라이커 오세훈은 "형들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기고 싶기 때문에 더 단단히 준비해서 나올 것"이라면서 "주위에서 '부담 없는 도전'이라거나 '동생들이니 져도 괜찮다'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이기는 게 목표"라고 다부진 목소리를 전했다.
또 다른 공격수 조규성 역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A대표팀 형들과 자주 엇갈리는데 아무래도 묘한 신경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축구는 이기기 위해 뛰는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형들이라고 해도 지려고 경기에 나가는 것은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학범슨' 김학범 감독도 가슴에 불을 품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패에 대해 말한 적 없다. 편하게, 즐겁게 임하라고만 했다"면서도 "선수들이 알아서 승리에 목말라 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라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내일은 압박 강도가 더 셀 것이다. 제대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이 재밌지 않겠는가"라면서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올림픽팀에 비한다면 벤투호는 차분하다. 일단 큰 틀의 지향점은 '우리의 길을 간다'이다. 벤투 감독은 "난 결코 U-23대표팀을 '상대'라 생각하지 않는다. A팀과 U-23대표팀은 모두 함께 나아가야할 '한 지붕 가족'"이라면서 "난 이번 2경기만 보지 않는다. 더 앞을 내다보고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말로 큰 시야를 강조했다.
선수들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스트라이커 이정협은 "승패도 중요하지만 감독님의 스타일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정답'에 가까운 출사표를 던졌고 골키퍼 조현우 역시 "비록 골을 허용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일, 벤투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온도차는 있으나 두 팀이 지향하는 중심에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오랫동안 A매치에 굶주렸던 축구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멋진 내용을 선보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벤투 감독은 "축구선수나 축구감독이라면 언제라도 승리를 추구해야한다"면서 "U-23대표팀은 우리의 동반자지만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하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최선을 다해야한다. 당연히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학범 감독의 목소리는 더 뜨거웠다.
김 감독은 "지도자 입장에서 부담 없는 경기는 없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특별하다. A매치가 계속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축구를 기다렸던 팬들이 많을 것이다. 아주 소중한 기회이고 그래서 더 좋은 경기를 해야한다"면서 "내일, 아마도 골이 많이 터질 것"이라며 화끈한 경기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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