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지난 7일~8일 이틀간 대면 및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으로 시작해 의대생 의사 국가시험(의사국시)으로 마무리했다.
독감백신 유통 관리를 놓고 질병청과 복지부에 대한 쓴소리가 일부 나왔지만, 질의 과정에서 설전이 오가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일촉즉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감을 관통하는 큰 한방은 없었고, 송곳 질의도 적어 미지근했다는 관전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방역에 대한 질의도 예상보다 적었다.
◇"국민께 죄송" 고개 숙인 신성약품 대표…상온노출 백신 접종, 여야 이견
지난 7일 국감에서는 일정한 온도를 벗어난 일명 '상온 노출 독감백신(국가조달 물량)'을 폐기하는 요구가 많았다면, 8일에는 백신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 김진문 대표가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독감백신 사태가 신성약품의 부실한 유통·관리에서 발생한 만큼, 김진문 대표 발언에 눈과 귀가 쏠렸다. 하지만 눈에 띄는 대답이나 질의는 보이지 않았다. 앞서 독감백신에 대한 품질검사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가 있어 예상보다 관심이 떨어졌다.
김진문 대표는 8일 오후 국감장에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우선 독감백신 유통 문제로 심려를 끼쳐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국가조달 백신 입찰과정에서 담합 여부를 캐물은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봉민 의원은 신성약품이 관계회사인 신성뉴팜과 함께 입찰에 참여했고, 입찰액이 같은 이유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명확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종이박스로 배송한 독감백신을 앞으로는 스티로폼으로 포장해 배송하겠다는 약속만 받을 수 있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번 국감에서 독감백신 품질검사 결과, 안정성에 대한 전문가 결론을 반복해 대답했다. 대부분의 질의를 무사히 넘겼지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책임이 없는 표정으로 얘기하지 말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 의원들이 독감백신 사안에서 이견을 보인 것은 상온에 노출된 제품을 접종하느냐다. 야당 의원들은 "수류탄 머리 위에 놓고 잘 수 있나"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전량 폐기하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해당 물량을 예정대로 접종하는 데 무게를 실어줬다.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박능후 장관은 "해당 독감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정무적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능후 "코로나 방역 개인에게 자유 주되, 책임도 같이 묻겠다"
'K방역'으로 불리는 코로나19 방역체계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문제 삼은 것은 편향성이었다.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방역이 이뤄졌다는 내용인데, 지난 8월15일 서울도심 집회 이후 확진자가 급증한 점,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때 보수단체의 소규모 차량집회를 막은 게 발단이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원내대표)은 방역당국이 지난 3일 개천절 때 소규모 차량집회를 막은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관광지와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괜찮고, 정부를 비판하는 차량집회를 막은 것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했다.
주호영 의원은 또 K방역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어떤 특징과 차이점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방역 성과가 좋은 국가로 대만과 뉴질랜드를 꼽은 박능후 장관에게 K방역이 K팝처럼 독자적인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석방을 요구하는 차량집회에는 2500대가 넘게 모인 반면 지난 3일 개천절 차량집회에서 10명 이상을 제한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해외 입국자를 차단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유행이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인에게 자유를 주되, 책임도 같이 묻는 방식으로 코로나19 방역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 발언이었다.
박능후 장관은 지난 7일 국감 답변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방역체계 틀을 짜겠다"고 답한데 이어 8일에는 "방역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시기"라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박능후 장관은 "현행 방역체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탄력적인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회적 연대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에게 자유를 주되, 책임도 같이 묻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바꾸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사과 논란에 여당 의원들 쓴소리…병협 회장 "반성과 용서"
의대생 '의사 국가시험(의사국시)' 재허용에 대해 여당 의원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의사국시 당사자인 의대생 대신 의료원장과 의과대학 교수 등 선배 의사들이 대리로 사과하는 것을 꼬집는 발언도 나왔다.
이영호 무소속 의원은 8일 국감에서 "의대생들이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게 좋은데, 자꾸 대리로 사과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반성과 용서'라는 표현을 써가며 몸을 낮췄지만, 박능후 장관은 "국민 양해가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8일 오전에는 대학병원장들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생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이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기에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들의 거듭된 사과에도 여당 의원들은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국감 막바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환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다는 대목을 볼 때 국민들이 예비의사(의대생)에 대해 노여움이 가시지 않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의료원장들이 의사국시 논란에 대해 사과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틀간 진행한 이번 국감에서는 국민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아동학대 대책, 서울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의료계 성차별 대책을 요구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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