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의원들과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의원, 심 대표, 강은미 원내대표, 장혜영 의원. 2020.10.0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될 때까지 해야죠"
지난 1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22일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비장한 한마디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하는 정의당 의원들의 1인 시위가 벌써 26일차를 넘어섰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좌절된 이 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와 만나 "산업안전을 위한, 가장 단호한 법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데 함께 논의해서 빨리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자 사망 과실 기업에 10억 이하 벌금…김종철 "기업이 압박받아야"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의 김남국·김용민·신정훈·윤재갑·이용빈·황운하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제정안은 근로현장에서의 인명사고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 문화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보고, 사업주의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정안은 기업이 하청업체에 용역을 준 경우에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지도록 하고 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사업주 등 책임자에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 범위에서 배상할 의무를 부과했다.

24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광주운동본부가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2020.9.2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정의당이 이 같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내놓은 것은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근로자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지금도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에 처벌 조항이 들어있지만,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워 재해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중간관리자가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7일 뉴스1과 통화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기업이 압박을 받아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생명과, 재해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주들이 책임을 느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 "찬성하지만 일부 내용 조정 필요"…자체 법안 준비

민주당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필수 노동자 지원 입법이 논의되고 있는 데다가 택배노동자 사망을 계기로 '전 국민 산재보험법'도 발의된 만큼 큰 방향에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은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이다. 적용 범위가 넓어 법 집행 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당은 찬성"이라면서도 "법안 내용 중 일부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있어서 상임위원회와 정책위원회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전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민주당 내에서는 우원식·박주민 의원이 법안을 준비 중이다.
우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보다는 기존 법안의 패키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하나의 법 안에 모든 산업재해가 들어갈 경우 오히려 실제 법이 집행됐을 때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제조물책임법 등 개별법 개정을 통해 각 부처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의무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중대운수사고 처벌 특별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안전관리 의무 위반 시 처벌 수위는 정의당 안과 비슷할 것"이라며 "내달 초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자체 법안을 준비함에 따라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내용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구체적인 법안을 내면 논의해보겠다"면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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