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엄마가 더 높은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항소 없이 1심의 하한형 이상을 선고 할 수 없다고 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2심 도중 성년이 되며 형량이 징역 7년에 그친 것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장기형과 단기형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양형을 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 A씨(22), 아내 B씨(19)의 사건에서 B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A씨 등은 5일 동안 생후 7개월인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신에는 학대 흔적까지 있었다. 검찰은 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미성년자였던 B씨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했다. 부정기형은 단기로 선고된 형량을 채운 다음 복역 태도를 보고 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A씨 부부는 항소한 반면 구형대로 형량이 선고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B씨가 2심 도중 성년이 되며 상황은 바뀌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항소심 도중 피고인이 성년이 된 경우 소년범에 따른 부정기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 또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사건은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로 인해 2심에서 B씨에 대해 단기 7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남편 A씨의 형량도 이에 맞춰 감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2심은 A씨에 대해 징역 10년, B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런 사건에서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적용을 일부 제한해 형량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전원합의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원합의체는 "장기형과 단기형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장기나 단기를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준"이라며 징역 7년과 15년의 중간인 징역 11년을 기준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B씨의 형량을 징역 11년까지 늘리는 정도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중간점인 징역 11년을 기준으로 삼은 데 대해 전원합의체는 "선고된 형이 실질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됐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고 2심은 더 이상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참작해 적절한 양형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