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고, 'K-방역 시즌2' 등 본격적인 국정 성과 창출에도 속도를 내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 키우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무게감과 지원세력이 탄탄한 정 총리가 대권행보를 본격화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여당의 양강 구도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어나서 마지막까지 삶이 만족스러운 나라" 정세균의 비전
최근 정 총리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메시지의 변화다. 기존에 민감한 현안은 언급을 피했던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한편, '대선 출정선언'을 연상케 할 만큼 본인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3일 광주에서 열린 '제91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서 한 연설이 대표적이다. 정 총리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온 국민이 돈 걱정 없이 아프면 치료받고, 배우고 싶으면 공평하게 배우고, 일하고 싶은 모든 사람이 마음껏 일하며, 청년이 자유롭게 미래를 꿈꾸고, 장년이 안정적이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며, 노년이 넉넉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나라. 국민이 이 땅에 태어나서 인생을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삶이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국민의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발표한 SNS 메시지도 주목할 만하다. 정 총리는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혁에 더 속도를 높이겠다. 법이 바로 서야 나라가 정의로워진다"며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정세균이 이런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차기 대선에 도전하리라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 총리는 이미 지난 2012년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문재인 당시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한 바 있다.
6선 국회의원, 세 번의 당 대표, 산업부 장관과 국회의장까지 거친 정 총리는 정치적 위상으로는 비교 대상이 없다. 이낙연 대표만 해도 문재인 정부 초대총리로 발탁 전까지 전남에서 4선을 하고 전남도지사직을 수행하며 중앙정치와 거리가 있던 인물이다.
◇대중적 인기는 약점…현안 입장 표명 늘릴까
더불어민주당 내 'SK계'(정세균계)라는 탄탄한 지원세력까지 두고 있지만, 대중적 인기는 약점으로 꼽힌다. 타협과 조정 능력은 일찍이 인정받았으나, 카리스마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유응답으로 조사하는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후보에 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 총리도 최근에는 현안에 분명한 견해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어떻게 할 말을 다 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고위공직자로서 도리를 다한다고 할 수 있겠나.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지난 8월에는 '총리가 나서라'는 질의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나설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자제 중"이라고 답변한 점을 고려하면 기류의 변화가 감지된다.
◇방역에 경제까지, 총리 재임 성과로 도약 가능성
정 총리는 다른 한편으로는 가시적인 국정 성과 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총리 시절 재난 대응 성과와 '사이다 발언' 등을 자산으로 대권 주자로 등극했듯, 정 총리로서도 내세울 '실적'이 필요하다.
우선 정 총리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끌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스크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5부제 시행,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생활치료센터 도입 등이 정 총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사업이다.
나아가 정 총리는 방역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에서 총리실이 명명한 'K-방역 시즌2'를 내세웠다. 지난 4일 예결위 모두발언에서 처음으로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지켜내는 K-방역 시즌2'를 언급했고, 전날(6일) 특별보좌관 3명과 자문위원 6명을 위촉하면서도 '방역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K방역 시즌2'를 강조했다.
보건의료, 그린뉴딜, 국민소통 등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특보와 자문위원으로 둬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성과 창출에 힘을 쏟는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민소통 분야에서 이해찬 대표 시절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지낸 한상익 가천대 부교수를 특보로, 김현성 전 박원순 서울시장 디지털보좌관과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홍보를 담당한 김예한씨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계파 배분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실 관계자는 "특보와 자문위원단에 총리가 직접 확인하는 이메일 주소, 핸드폰 번호를 공유했다"며 "자문에 그치지 않고 각 분야 의견 수렴, 정책 홍보, 정책과제 연구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향후 경제, 복지, 행정 등 분야에도 특보단과 자문위원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정 성과 창출에 필수적인 국회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정 총리는 오는 9일 총리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다. 다른 상임위도 차례로 초청해 입법 등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오는 16일 열린민주당 지도부와 만나는 등 여야 지도부와 회동도 이어간다. 정 총리는 자넌 5월27일 정의당, 6월9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했고, 지난 9월 23일 국민의당 지도부와 막걸리 회동을 했다. 그간 세 차례 연기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도 추진한다.
한편 정 총리는 공직자로 있는 한 대권 행보에 제약이 있는 만큼 적당한 시기에는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내년 1월이면 임기 1년을 채우고, 후임 총리의 임기도 최소 1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내년 2~3월이 사임 시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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