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혼전 양상을 보이던 미국 대선 결과의 윤곽이 선거 나흘째인 7일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대미 외교 전략 수립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 나설지 주목된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집권 8년간의 대북 정책 기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등 경제적 압박을 통해 북한 내부 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비핵화 의지 없이 북미 협상을 정권 유지와 외교 무대 등에 역으로 이용하는 북한의 전략을 무력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대화와 제재 실효성 모두 놓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 또한 받았다.
정치권은 이러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다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 분야에 걸쳐 한국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후보가 전통적 동맹관계 회복을 강조해 온 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해 안정적인 한미관계가 예상되지만, 한미일 동맹에 기반한 대중 압박 극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 주변 역학관계를 놓고 매순간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로 인해 각 분야별 한국의 입장과 전략을 정비, 정권 인수인계 기간 동안 차기 미 행정부를 설득하는 초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로 진행된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책 전망' 토론회에서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맹과의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전략적 행보를 과거보다 분명하게 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가 빈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끝나고 90일 내지 120일 이내에 미국 정책이 대부분 리뷰(재검토)될 것이다. 그 기간 내에 한국 정부가 중요시하는 이슈에 대해 한국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초당적, 초정부적 준비를 해야한다"며 "우리 나름대로 국익의 기준과 무슨 우선순위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초당파적인,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치권의 '바이든 인맥'이 야권에 집중돼 있는 점도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배경 중 하나다. 바이든 후보는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지내던 시기 이명박·박근혜 정부 외교라인과 인맥을 다졌다.
대표적 인물은 '미국통'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다. 박 의원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통역비서관으로 활동할 당시 바이든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바이든 후보가 외교위원장으로 활동한 시기에는 박 의원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현 외교통일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형준 전 의원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바이든 후보의 주변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도 바이든 후보와 인연이 있는 이들로 언급된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내며 당시 오바마 정부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고, 이들은 상당수가 바이든 후보의 측근 그룹에 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쌓아 왔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평소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밝혀와,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원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미국 민주당 인사들과 교류해 왔다.
여권에서는 바이든 인맥이 야권에 쏠렸다는 지적에 대해 "바이든 후보를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만 갖고 이야기한다면 굉장히 외교를 협소하게 보는 것"이라는 입장이 전날 나온 바 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 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경우 그 행정부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의 인맥 관계는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