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 데이터분석수사팀이 2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0.1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희대의 성착취물 텔레그램 공유방이었던 '박사방'. '박사' 조주빈과 암호화폐로 거래를 하지 않아 흔적이 남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무료회원들도 결국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본사 주소도 현재까지 파악이 되지 않는 '텔레그램' 안에서 무료회원들은 어떻게 덜미를 잡혔을까.
'공신'은 지난 2월 꾸려진 국내 최초 '경찰 데이터 프로파일링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사이버수사1대5팀이다. 인지수사 전문가, 코딩 전문가, 법학 전문가 등 최강의 팀원들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이다. 이들은 아무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무료회원 수백명을 결국 특정했다.

◇사이버 미제사건 해결 위해 2월 결성…국내 최초 데이터 분석팀


"'살인의 추억'을 보면 사건을 조사할 때 배우 송강호가 관련자들을 다 불러서 전수조사하죠. 우리는 사람 대신 데이터를 전수조사해서 증거를 찾는 팀이에요."

팀장인 박현준 경감(35)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디지털 프로파일링'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상에서 무작위로 흩어져있는 '디지털 지문'들을 모으고 규칙을 발견해 증거를 찾아낸다.

팀에는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입상한 실력자도, 법학 대학원에 재학하며 법률지식을 보조해주는 전문가도, 기업범죄 등 대형사건의 계좌·통화내역 분석 전문가도 있었다.


데이터 수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잡아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범죄자의 특성을 잡아내기 위해 프로그램 언어로 코드를 작성하고 수없이 데이터를 넣고 뽑는다. 각 사이트와 매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원본 데이터들을 다듬고 이를 제대로 뽑아줄 코딩 언어를 수없이 만들어낸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창작'이며 '인내'다. 오류가 화면에 뜨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박 경감은 "영화 속에서는 타다닥하면 되는 데 현실에서는 다르다. 사이버 수사는 모니터에서 블랙화면을 계속 쳐다보는 일"이라며 "한 화면에는 파이썬 개발 툴을 띄워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른 화면에는 엑셀창을 띄워놓고 추출한 데이터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의미있는 정보가 발견될 때까지 다시 고치고 다시 또 보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내 따로 마련된 방에서 한명 당 4~5개의 모니터를 앞에 띄워놓고 최소 종일, 최대 몇달간 보이지 않는 범인의 흔적을 찾는다.

김성재 경사(37)는 "초창기 때는 안해본 거니까 내가 얼마나 가야 되는지 정해져 있으면 괜찮은데 확신이 없어서 좀 힘들었었다"며 "그래도 이게 어느정도 된다는 확신이 보였을 때부터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프로그래밍을 배운 공대 출신 경찰이다.

박현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 데이터분석수사팀장이 2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수사를 피하려고 알아보는 과정도 증거…범죄자, 어떻게든 잡힌다"
그렇다면 박사방 무료회원이나 해외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무리, 다크웹에서 오프라인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검거할 수 있던 것일까.

이들은 "수사기법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잡힌다'는 점이다.

박 경감은 "당시 범죄자들이 텔레그램에서 절대 안잡힌다고 했더라도 경찰은 어떻게든 연구한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검거할 수 있다"며 "심지어 너(범죄자)가 수사를 피하는 것을 알아보는 과정조차 너의 범죄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수사는 데이터를 수집, 수집된 데이터를 범죄 지도에 맞추는 것 등 두 가지로 진행한다. '분석기법 개발반'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파이썬과 R 등 프로그래밍 도구로 방법을 만들어낸다. 수십만개의 숫자와 단어들이 조합되어 있는 데이터를 마이닝(채굴)하고 딥러닝 기술도 도입해 분석기법을 개발한다. 데이터 분석 수사의 표준화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수사의 큰 그림을 그려가며 방향을 잡기도 한다. '데이터분석 지원반'은 대규모 사건을 수사할 때 확보된 각종 수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사이버 미제사건들을 분석해 다른 미제사건의 용의자와도 연관성이 있는지까지도 꼼꼼하게 지도를 그린다.

김 경사는 "개별적인 자료만 보면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며 "가령 범죄에 사용한 휴대전화 통화내역만 보면 상대방이랑 왜 통화했는지를 알 수 없는데 폭넓은 자료를 보면 합리적인 추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한 자료가 공통적으로 한 사람을 가리키면 숨어있던 범죄자를 찾을 수 있다.

브리팡하는 서상혁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 20.10.29 © 뉴스1 서혜림 기자

◇"박사방 사건 가슴 아픈 일…피싱범죄 다 잡을 것"
신설팀을 구성한 서상혁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장은 "팀 구성은 지난해 7월부터 고민했었다"며 "디지털 미제사건이 많고 자료도 한 엑셀 파일당 30만줄정도로 방대한데 유가치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해 이런 팀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대장은 "수갑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숨어 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고 중요하다"며 "이 친구들이 다들 한 번 해보겠다고 하고 팀장도 비전 제시를 잘 해줬기 때문에 (팀 결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팀원들의 평균 나이도 31.8세로 서울청 수사팀 중 가장 어리다고 한다.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빨리 습득하고 공부하기 위해서 20대 2명도 선발했다. 실제 팀원들은 젊은 조직답게 새 기법을 개발하기위해 퇴근 후에도 단체 메신저에서 최신 정보를 공유하며 즐기듯 수사했다.

직업병도 생겼다. 박 경감은 모니터를 하루종일 봐서 거북목이 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박 경감은 "진짜 나쁜 범죄가 익명 뒤에 숨어서 서민들 피해주는 피싱 범죄"라고 했다. 그는 "근래 경찰의 화두는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이다. 범죄가 진화하는데 우리 수사를 통해 범인을 신속히 검거하고 또 범죄자들을 겁먹게 하여 범죄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경감은 이 팀에 대해서도 "경찰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중 한 걸음을 디딘 셈"이라고 평했다. 김 경사 또한 "해보니까 재밌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발전될 부분이 많은 팀"이라고 웃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물어보자 '구체적인 것은 말해줄 수 없지만 내년쯤 깜짝 놀라게 될 수사결과를 발표할 게 하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미 범행 증거를 포착했다는 소리다.
마지막으로 박사방 수사 때 실마리를 찾았을 때 기분이 좋았느냐고 묻자 이들은 고개를 모두 저었다.

박 경감은 "수사를 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최대한 보려고 하지만 미성년자 피해자를 보면 감정이입이 돼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범죄가 일어나는 데에 사회적인 책임도 있는 것 같다"며 "사회가 일찍 개입하고 나섰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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