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에서 32년 근무한 ‘신한맨’ 배진수 신한AI 대표. 그는 은행원이면서도 외환딜러만 8년을 했을 정도로 뼛속까지 ‘금융인’이었다. 홍콩과 뉴욕의 현지법인에서도 근무했고 주식운용팀장·금융공학센터장·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장 등을 거쳤다. 외환시장 자율협의체인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에서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보는 눈, AI와 공유하다
시장에서 외환·주식·파생상품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문가인 그가 지난해 새로운 배의 키를 잡았다. 신한금융그룹의 미래 개척 임무를 맡아 지난해 9월 정식 출범한 ‘신한AI’다. 신한금융지주회사의 100% 출자로 설립된 이곳은 국내 금융그룹 최초 인공지능(AI) 전문사다. 자산 배분과 상품 추천 등 금융의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해 기존 금융사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투자자문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신한그룹 차원에서 금융 신기술 접목을 위해 추진했던 ‘보물섬 프로젝트’ 인연으로 중임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지난 한 해 동안은 우리 AI 전문가가 금융 지식과 노하우를 AI 시스템에 녹여내도록 돕는 데 집중했습니다. 현업과 개발자 간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위해 그룹 내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전문가를 모셔와 일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열기도 했죠.”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신한AI
신한AI는 금융권 최초 AI 전문사답게 최신 IT트렌드를 반영한 시스템을 갖췄다. 통상 기간계와 정보계로 나누고 수집·저장·통합·분석의 단계를 거치는 기존 기업정보 시스템에서 탈피했다. 클라우데라의 하둡에 기반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 레이크에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수집부터 시각화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구조다. 올해 ‘CDSW(클라우데라 데이터 사이언스 워크벤치)’도 도입해 확장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신한AI는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다. 그 양 날개에는 자체 개발한 ‘네오 시스템’과 ‘마켓 워닝 시스템’이 있다. 네오 시스템은 과거 보물섬 프로젝트 때부터 구축해온 AI 기반 투자자문 플랫폼이다. 글로벌 정보서비스 업체로부터 피딩 위주로 수집한 데이터와 글로벌 사이트에서 크롤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켓 센싱 ▲자산배분 ▲상품평가·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현재 2.0 버전으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서비스를 개시한 ‘마켓 워닝 시스템’은 AI 기반으로 1개월 내 시장의 급락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각각 시그널과 시나리오 기반의 두 가지 경보 모듈이 개별적으로 시장 위험을 감지하며 지난 20년간 하락 국면 중 상위 5% 하락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그널 기반 경보는 S&P500과 코스피가 대상이다. 딥러닝 기술과 랜덤포레스트 기법이 적용됐다. 시나리오 기반 경보는 S&P500과 코스피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10개 시장이 대상이다. 강화학습 기법이 적용됐다.
신한AI가 열어가는 맞춤형 자산관리 대중화 시대
신한AI는 올해 AI 기반 투자상품도 내놨다. 자산배분 펀드 상품과 주식형 펀드를 포트폴리오로 하는 펀드랩 상품의 투자자문을 AI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요즘 배 대표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것은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이다. “시중의 로보어드바이저와는 ‘급’이 다른” 기술력과 서비스로 진정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대중화를 이루는 것을 꿈꾼다.
“자산관리는 보통 부유한 고객의 전유물이었잖아요. 저금리·고령화 시대라 자산관리를 원하는 수요는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모든 창구를 PB(개인자산관리사)로 바꿀 수도 없고…. 그래서 이런 문제를 AI 기술로 풀려고 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받는, 그 어느 곳보다도 자신에게 잘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신한AI는 내년 자산관리 플랫폼 개발을 본격적으로 개시해 후년 서비스 출시를 목표한다. 또한 한국은행과 함께 환율 예측을 위한 시스템도 논의 중이다. 정책변수까지 개입되는 환율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 간다는 방침이다.
배진수호의 ‘비욘드 파이낸스’
배 대표는 신한AI가 국내 금융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글로벌 금융AI No.1 자리다. 이를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AI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만 11명을 충원했고 앞으로도 인재 영입에 꾸준히 신경 쓸 생각이다. 또 유망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술교류를 거쳐 필요시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보물섬 프로젝트 초기에 시스템 관련해 IBM과 협력을 추진했는데 외려 그쪽에서 사양했어요. 자본시장 예측이 그 정도로 매우 힘들기 때문이겠죠. 지금 신한AI는 전세계 그 어떤 기업도 도달한 적 없는 어려운 길을 개척 중인 겁니다. 그만큼 우리 기술력과 노하우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신한AI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배 대표는 ‘비욘드 파이낸스’(Beyond Finance·금융을 넘어)라고 답했다. AI 기술로 금융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이를 넘어 신한금융그룹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금융업계와 IT업계에 신한AI가 불러올 파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