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사진=뉴시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차남 승계'는 옳지 않다"
경영권을 둘러싼 한국타이어그룹의 집안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도는 1대 3. 차남 대 삼남매의 대결이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지분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모두 넘어간 것이 발단이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법원에 성년후견 재판을 청구했고 어제(25일) 첫 면접조사가 열렸다.

"조현범, 회사에 금전적 손실 끼친 '비리 경영인'" 




조 이사장은 이날 대리인과 함께 직접 법원에 출석했다. 두시간 가량 진행된 면접조사에서 조 이사장은 아버지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차남 승계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조 이사장은 26일 입장문에서 "부도덕한 비리와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친 조 사장을 어떻게 직원들이 믿고 따르겠냐"며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가 쌓아온 신뢰와 평판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고 날을 세웠다.

조 이사장은 "아버님은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신 분, 회사에서 준법과 정도경영을 강조한 분"이라며 "이러한 아버님 신념과 철학이 무너지는 결정과 불합리한 의사소통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비밀리에 조 사장에게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갑작스런 승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이어 "(조 사장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지주사 사명변경 등 중대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큰 손실을 끼쳤다"며 "아버님의 경영철학이 이어져 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국테크놀로지본사/사진=뉴시스
남매간 다툼은 지난 7월말 조 이사장이 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데서 비롯됐다.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성년후견제도 중 하나다.

블록딜로 지분 매각… "아버지 의사 아니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자신의 회사 지분을 전량을 매각하고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형태로 차남인 조 사장에게 지분이 모두 넘어간 것이 부친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인 조희원씨도 조 이사장의 편에 섰다.

조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일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 사건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에서 조 부회장은 "아버지가 주식 양도 매매로 하면 증여나 상속보다 훨씬 큰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며 "동생이 돈을 구해왔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주식 매매를 미리 알게 되면 주가가 급등해 절세 효과가 떨어질 것이어서 비밀스럽게 진행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조 사장에 대한 시간외 대량매매는 조 사장이 8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타이어 대표에서 물러난 지 4일 만에 이뤄졌다. 조 부회장은 입장문에서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와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선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년후견심판 청구가 인용된다면 조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매각한 조 회장 결정에 효력이 없다는 후속 소속 제기가 가능하다. 반대로 기각되면 조 사장의 경영권 체제를 위협할 방법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삼남매가 막판 조건을 뒤집을 카드로 성년후견심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가 나와야 한국타이어그룹 분쟁의 조기 진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조 사장을 제외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희경 이사장(0.83%)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등 30.97%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