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제지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8일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등 법사위 전체회의는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직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윤 위원장 의석을 둘러싸고 반발했지만 윤 위원장은 전체회의 개의 불과 7분여 만에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을 요청했지만 윤 위원장은 야당의 반발로 토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토론을 강제 종결했다. 이후 윤 위원장은 법안 찬성 여부를 기립으로 물은 후 법안을 가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걸 막으며 “도둑질을 해도 절차는 지켜야 한다”며 “윤호중 위원장 이러면 안된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이래도 되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의사봉이 아닌 손바닥으로 3차례 두드리며 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국회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장제원 의원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한 거 아니냐”며 “민주당 혼자서 다 해라. 오늘부터 법사위는 없다”고 분노했다. 조수진 의원도 “더불어 독재를 하라”고 격분했다.

결국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법사위에서 더는 논의할 것이 없다는 뜻을 밝힌 뒤 모두 자리를 떠났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장에서 나온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는 야당이 필요 없는 국회가 돼 버렸다”며 “민주당이 청와대의 오더(지시)에 의해 야당이 아무리 의견을 제시해도 밀어붙인다. 저희는 법사위 전체회의장 각 의원 책상 앞에 붙어 있는 명패를 모두 떼어서 윤 위원장에게 반납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이 책임지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독재에 대한 심판은 받아야 한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당명에서 민주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이렇게 무도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성토하며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또 이렇게 온갖 절차를 위반하는 이런 짓을 국민이 똑똑히 봤을 것”이라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오늘 이렇게 공수처법을 무도하게 개정함으로써 폭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오는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본회의에서도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여당을 103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이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폭망의 길로 들어섰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명패를 윤호중 위원장에게 내려놓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여야는 이날 오전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안건조정위 회의 시작 전부터 여야는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의 뜻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가 결정된 이후 법사위원회의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로 하기로 4대 2로 의결했다”며 “무엇이 두려워서 회의 자체를 비공개로 하는가. (민주당은) 속기록을 남기기를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여야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 강행 시 장외투쟁과 국회 의사일정 전면거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필리버스터가 실질적인 법안 개정 저지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당시 민주당이 이른바 4+1 협의체를 구성해 수적 우위를 앞세워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외투쟁 방법에 대해 “오는 10일 정당범시민단체연석회의가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 분노를 드러낼지 논의하는 모임에 초청받았다”며 “그곳에 가서 같이 행동에 옮기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