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진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이 수조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 달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유례없는 달러 약세에 원화는 초강세다. 신축년 국내 투자시장과 내수시장에 변수로 등장한 원/달러 환율. 달러 약세에 따른 금융시장 전망과 국내 수출입기업의 생존전략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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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54.54포인트(2.02%) 상승한 2755.47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이후 장중 278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사진=뉴스1 # 원/달러 환율이 2년6개월 만에 1000원대로 하락했다. 가뜩이나 달러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미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커진 게 주원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달러가 더 풀리며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 금값이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 7월 말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8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이달 6만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와 금이 약세다. 미국의 추가 부양책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실제로 코스피는 12월 들어 사상 첫 2700선을 돌파하며 지붕을 넘어 구름까지 뚫을 기세다. 비트코인 가격은 2년 만에 2000만원을 넘어섰다. 투자에 관심이 없던 이들마저도 이 같은 수치를 본다면 마음이 혹할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 속 주식과 가상화폐의 상승세는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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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에 코스피는 ‘외국인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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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이 붕괴했고 다음날 1080원대까지 하락했다. 12월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082.40원을 기록 중이다. 1080원대 환율은 2018년 6월12일(1077.2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환율 하락세는 연중 지속됐다. 원/달러 환율은 3월20일 1296원을 찍은 이후 6월 1200선이 무너졌고 결국 12월에 1100원선도 붕괴됐다. 특히 올 11~12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분위기와 맞물려 글로벌 교역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원화는 글로벌 교역 동향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통화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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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김은옥 기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은 신흥국 투자로 쏠리고 있다. 특히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시장은 외국인에게 최적의 놀이터가 됐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적으로 이어지며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11월23일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12월 들어 2700선 마저 넘어섰다. 공교롭게 이 시기 환율은 11월 1130원대에서 12월 초 1080원대까지 약 50원이나 하락했다. 원화 강세에 외국인 자금은 코스피로 향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상장주식 6조125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2013년 9월 8조3000억원 순매수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11월5일부터 22일까지 17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자연스레 투자자의 시선은 코스피로 쏠리고 있지만 우려도 공존한다. 외국인 순매수가 언제든 빠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8일 코스피에선 외국인이 8456억원을 순매도하며 장 하락세를 주도했다. 같은 날 코스피에선 개인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했음에도 ‘팔자’로 돌아선 외국인 탓에 전일보다 무려 44.51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자 지난달 30일 이후 이어져 온 코스피 상승도 바로 중단됐다.
증권가에선 일단 코스피 상승곡선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외국인 수급 동향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등이 살아나면서 실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여서 내년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반도체 업황 기대 및 경기 회복 등을 기반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수를 좌우하는 경향이 크다”며 “외국인 관련 수급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에 코스피로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정세를 파악해 외국인 매수 동향을 파악하며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만 연말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4분기 실적 모멘텀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연말이면 패시브(시장 흐름 따라가는 수동적 투자) 자금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수 강도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패시브 투자가 액티브(공격적 종목 투자) 투자로 바뀌면 외국인 순매수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투자자는 원화 강세와 별개로 이런 단기성 이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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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3년 전과 달라진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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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년 전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원을 뛰어넘으며 대한민국에 ‘코인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다 300만원대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은 최근 다시 2000만원을 돌파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그래프=김은옥 기자 최근 가상화폐의 급상승 요인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 속 화폐가치의 하락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시중에 돈을 풀자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화폐가치는 떨어진 반면 가상화폐는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올 3월 600만원대에서 5월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10월부터 이달까지 무려 600만원이 상승하며 2000만원을 넘어섰다. 11월20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215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비트코인 강세에 대해서는 3년 전과 다른 평가가 나온다. 개인 투자자가 몰렸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변동성 자체가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투자 분위기도 달려졌다는 평가다. 과거 비트코인은 새로운 ‘디지털 투기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빅테크 기업 등 공룡투자자가 가상화폐에 주목하면서 사실상 금을 대체할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시장은 차분한 분위기”라며 “2017년과 달리 기관투자자의 유입으로 ‘김치 프리미엄’(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이 없어졌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위한 제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더 큰 규모의 투자자가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