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진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이 수조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 달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유례없는 달러 약세에 원화는 초강세다. 신축년 국내 투자시장과 내수시장에 변수로 등장한 원/달러 환율. 달러 약세에 따른 금융시장 전망과 국내 수출입기업의 생존전략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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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은옥 기자 국제통화 달러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주요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짙어지면서 안전자산 달러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달러 약세 흐름을 가속화했다. 재정·통화 당국이 자본시장에 돈을 풀면 유동성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진입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언론을 통해 “취임 전 경기부양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대대적인 ‘돈 풀기’를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9080억달러(986조원)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내년 1월 추가 부양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이 내세운 경기부양안은 2조2000억달러(239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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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겨’ 깬 환율, 넘치는 원화 강세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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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달러 약세에 위험자산 원화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1082.1원으로 ‘빅 피겨’(큰 자릿수)인 1100원을 하회했고 원화 절상률은 10월 말 대비 4.9%를 기록했다. 신흥국으로 꼽히는 ▲브라질(11.4%) ▲러시아(7.6%) ▲터키(7.2%) ▲남아공(7.2%) ▲멕시코(7.1%) 등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절상률이다.
원화와 동조화 양상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의 가치도 상승세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일 위안/달러를 0.0042위안(0.06%) 내린 6.5320위안에 고시했다. 위안/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1월 한 달에만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69% 올랐다. 올 들어 5.42% 상승한 수치다.
전반적인 위험통화 강세에 유로화 가치도 껑충 뛰어 최근 유로/달러 환율도 1.21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지난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화 강세를 언급하면서 원화 강세는 더 두드러졌다.
ECB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장해 유로화 강세→ 위안화 상승→원화 강세로 이어져 당분간 위험자산은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커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ECB가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예고했고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늘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내년도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출 확대와 국내 경기 회복 전망에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 경기회복 기대감에 환율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위안화 강세와 달러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1050~1130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다만 원/달러 환율 저점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선물은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내년 2분기 원/달러 환율이 저점을 확인한 후 하반기에는 완만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미국 인프라 투자 기대 속에 기준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원화의 상대적 강점 희석 등으로 원/달러 환율 낙폭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고하저’ 전망도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위안화/달러의 향방은 대 중국 압박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도 계속될지 여부에 달렸다”며 “내년 말 미·중 간 경제 펀더멘털 격차가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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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안 통하는 환율, 기준금리는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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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세로 자리 잡았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미국 재무장관에 지명됐으나 최근 국채금리는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는 추세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금리도 같이 내려간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불확실성이 커진 외환시장에선 연방준비은행의 저금리 기조에도 달러 가치가 맥없이 하락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 금리가 오르면 미국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은 낮다.
미 연준은 2022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고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0%로 동결한 후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키로 했다. 채권금리 상승에 금융회사의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나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쏠림현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0.961%로 연 1%대에 다가섰다. 시장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국고채 금리 상승에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는 이자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기준금리 변경 대신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내년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2022년 최초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5.4%와 국채발행 규모 173조원이 예상되는 만큼 국채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한은이 단순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 투자 적기, 환차익 노려볼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쌀 때 투자 바구니에 달러를 담을 것을 추천한다. 저가에 달러를 매수해 환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달러에 투자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외화예금이다. 원화 대신 달러를 통장에 넣어두고 이자를 얻을 수 있다. 환차익에는 세금이 따로 붙지 않는다. 금리는 보통 연 0.1% 수준으로 낮지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어 안전하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527억6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26일에는 564억100만달러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환테크 수익률을 높이려면 ‘달러 ETF(상장지수 펀드)’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달러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미국 달러 선물지수를 기초로 삼는 달러선물 ETF는 달러의 방향성에 투자할 수 있다.
달러 ELS(주가연계증권)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ELS에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연 4~6%대 기대수익으로 달러 자산을 보유한 고객에게 적합한 투자처다. 달러 DLS(파생결합증권) 역시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PB팀장은 “원/달러 환율은 대외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환율 추이를 보면서 환율이 낮을 때마다 조금씩 사고파는 투자전략을 세워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