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그린뉴딜 정책 핵심인 전기·수소차 대중화. 2022년을 미래차 대중화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133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367만대. 전기·수소차는 목표를 달성해도 5% 수준이다. 그만큼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

# 서울시의 그린뉴딜 정책 역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한다. 2050년엔 내연기관차의 서울 시내 운행이 제한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유럽 시장은 더 빠르다. 2025년 이후로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나선다.



코로나19 여파로 휴업 돌입한 현대자동차울산공장_사진=뉴스1 DB
정유사의 또 다른 위기는 석유의 종말, ‘탈석유화’다. 비단 정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석유에만 매달릴 경우 국제무대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함은 소모품과 부품 등 석유 연관 산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전기차 부품 7000개 수준… “60% 사라진다”



가장 큰 변화는 수송연료다. 세계적으로 석유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한 수송연료 혁신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 ▲클린디젤 등 이미 다방면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석유 수요의 50% 이상이 수송용인 점을 미뤄 볼 때 관련 산업의 타격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친환경 혁신이 거듭될수록 전세계 정유사는 가동률을 낮추고 이 과정에서 오일·필터류와 같은 내연기관차 유지에 필요한 필수 소모품 생산 업체부터 불이 꺼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부품은 7000개 수준에 불과하다. 60% 이상의 부품이 사라지고 그만큼 관련 기업 수와 종사자 수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엔진이다. 전기차에서는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 대신 모터와 배터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오일류도 필요하지 않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오일과 미션오일 등 오일류가 필요하고 엔진의 열을 식혀줄 냉각수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했지만 열이 발생하지 않는 전기차에선 모두 불필요한 존재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엔진부품과 오일 생산 업체는 전기차 대체에 맞춰 업종 전환을 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사업 전환에 실패한 업체는 줄줄이 도산하고 대량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소형 부품사는 대거 사라지고 대형·강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실제 내연기관차 부품 경쟁력을 미래차로 전환하는 데 적극적인 국내 기업은 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한온시스템·만도·현대케피코 등 6개사다. 이들은 글로벌 100대 부품사로 꼽히는 곳들이다.

현대모비스는 ‘E-GMP’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기아 전기차 생산에서 역할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의 세계시장 점유율 2위인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 부품에 집중하고 있고 만도는 주로 생산해 온 제동·조향·현가장치 등을 전기차 특성에 맞춰 새롭게 개발하는 작업을 마쳤다.

반면 중·소형 업체 대부분은 미래 전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 중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는 16.8%에 그쳤다. 계획이 전혀 없다는 회사도 40%를 넘어섰다. 이마저도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의 경우엔 생산에 들어간 회사가 6.9%에 불과했고 59.8%가 사업전환에 대한 계획 자체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른 중소 부품업체의 실적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금난에 직면한 업체는 미래차 기술 경쟁에 뛰어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중소 부품사는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전기차 전환에 따른 R&D 투자를 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변화를 체감하지만 이도 저도 못하고 회사의 위기를 지켜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40% 감축 불가피”… 구조조정, 일자리 감소로



부품업계 위기는 실적 악화에 끝나지 않고 구조조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국내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업체 1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상반기 총고용인원은 7만416명으로 지난해보다 2.5%(1796명) 줄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력을 보강한 현대차 계열 부품업체를 제외하면 상반기 일자리를 잃은 인원은 3416명으로 늘어난다.

73개사는 감원을 단행했고 고용을 중단한 업체도 25개사나 됐다. 경영악화로 인해 100개 사 중 57개사의 평균 임금도 하락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고정비 감소 차원의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얘기다.

빼곡히 주차된 완성차/사진=뉴스1
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전기차 전환이 현실화되면서 부품업계 위기가 더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의 75%가 수출용 완성차 조립용이기 때문이다. 내수 판매가 일부 회복되더라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석유와 내연기관차의 종말은 부품업체를 넘어 완성차업계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대자동차 외부 자문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미래 자동차산업의 필연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의해 향후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최소 20%에서 최대 40%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 일자리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 결국 탈석유와 친환경차 시대에 살아남을 기업과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