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이르면 내년 1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한다. 이에 대해 야당 측 정치인들은 연일 '공수처법 통과는 법치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야당 정치인들 중 과거에는 공수처 설치를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만큼 열렬한 공수처 찬성론자였던 인물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뒤집는 것을 두고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16년 7월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공수처 설치를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검찰권이 비대한 곳이 없다. 하지만 검찰을 견제할 기구나 조직이 별로 없다"며 공수처 설치를 역설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시 공수처 설치에 공감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찬성하면서 "정의의 여신은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는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만 권력기관이 부패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이 된다. 청와대 민정실이나 검찰이나 모두 검찰 출신의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라며 공수처 신설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이야기가 수년째 논의되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것들이 정비되리라 본다"고 말한 바 있다.

2012년 "공수처 설치하자"는 안철수, 2020년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2년 "권력형 비리 사건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2020년 공수처 설립을 반대하고 있는 안 대표의 모습.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공수처 출범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공수처 찬성론자였다.
그는 2012년 10월 무소속 신분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을 당시 사법개혁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비리 사건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감독체제가 필요하다"며 "권력형 비리 사건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안 대표는 공수처를 대통령 소속 하의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하고 공수처장 후보는 외부인사가 포함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한 뒤 국회의 청문회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청문회 절차를 먼저 거치는 순서상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현행 법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사 대상 또한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중앙부처 차관급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장, 국회의원,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현행 공수처법 대상과 차이가 없다.

별반 다르지 않은 공수처법이 지난 10일 통과되자 안 대표는 "오늘은 4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규탄했다.

유승민 "수사와 기소 권한 가진 공수처 설치"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대표가 2017년 11월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원 대표자회의(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수처 설치를 찬성했던 야당 정치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6년 9월 대학생 앞에서 "공수처는 안 받을 이유가 없다"며 공수처 설치를 찬성했다.

2017년 3월28일 바른정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유 전 의원은 "무엇보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부패를 뿌리부터 뽑아내는 강력한 반부패 제도를 도입하겠다"면서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가지는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수락 연설에서 공수처 언급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그만큼 공수처 설립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의지표현이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후 민주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공수처 입법을 추진하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권력의 도구가 되는 그런 공수처는 저희들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 그 뜻은 분명하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