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임동우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뉴스1

(서울=뉴스1) 임동우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프라우드 건축사무소 공동 소장 = 한국이 부동산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찬성을 하기도 하고 반대를 하기도 하고, 또 성향과 무관하게 본인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한국만큼 '부동산'이라는 세 글자가 온 국민의 관심과 집중을 받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이 한 주 동안 0.3%나 올랐다고 혹은 내렸다고 하는 것이 뉴스가 되는 나라이니 정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부동산에 몰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자. 무려 10억짜리 아파트라고 해도 0.3% 하락이면 300만 원 내린 것이다. 부동산이 무슨 주식처럼 하루에도 몇 만 건씩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닌 이상 특정 지역에서 한 주 동안 0.3% 내린 것은 그냥 10억짜리 아파트 판 사람 몇 명이 기분 좋다고 몇 백만 원만 깎아줘도 나오는 통계치다. 하지만 '하락', '상승'이라는 단어가 주는 자극에 대중은 반응한다.

부동산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복잡한 개념이 아니다. A라는 곳에 살고 싶은 사람이 더 많고, B에 살고 싶은 사람이 적으면 그렇게 부동산의 개념이 시작된다. 우리가 인간의 본능을 통제하는 사회가 아닌 이상 A와 B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선호도의 차이가 가격의 차이를 가져오고, 이것이 부동산의 기본 개념이 된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본능이고 개념이지만 이를 제한하는 사회가 있다. 바로 사회주의 국가다. 통제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이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A와 B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인간의 본능상 그 차이는 발현 되겠지만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는 시스템에서 A와 B의 가격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는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1946년 토지개혁을 단행하면서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원칙을 통해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질적으로 농촌에서의 무상분배는 농민들에게 소유권을 분배하는 것이 아닌 경작권을 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도시에서도 토지의 분배가 아닌 거주공간인 살림집을 분배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류경'이 공개한 평양의 야경. 대동강변 근처에 세워진 고층 건물들이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류경 갈무리)© 뉴스1

때문에 북한에서도 인간의 본능상 사람들이 더 살고 싶어 하는 특정 지역이 있을지언정, 그것이 부동산 가치의 차이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북한의 개인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고 거주 공간에 대한 권리만 있기 때문에 필지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필지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물리적인 영역인데, 소유권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필지의 개념도 없고 필지의 개념이 없다 보니 토지를 매매할 수 있는 기준도 모호해진다.
한번 재미난 상상을 해 보자. 부동산에 오감을 집중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국민들이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그런 상상 말이다. 북한에서, 혹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더 잘 알려진 평양에서는 어디에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할까.

이미 우리나라 국민은 역사적으로 발생한 온갖 종류의 부동산 성공스토리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입하기만 하면 된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 여러 금융이나 정책적인 차원에서 여러 변수들은 있겠지만, 도시 건축적으로는 딱 두 가지이다. 위치에 투자하느냐 건물에 투자하느냐.

건물에 투자한다는 것은 건물의 희소성을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서울로 따지면 북촌의 한옥이나 적산가옥, 혹은 최근 들어서는 준공업지역의 공장 등이 될 수 있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특정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들로 앞으로는 그와 같은 건물이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가치에 반영된 것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가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경우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식민지 양식 스타일의 건물들이 그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북한에는 개성 한옥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 영토였던 개성은 상대적으로 폭격의 피해가 적었다. 그리고 전쟁 이후에도 개성은 북한의 전략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발의 폭격을 피해 갈 수 있었다.

때문에 개성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잘 보존된 한옥마을이 있다. 아마도 외국인에게 북한의 부동산 거래가 허용이 되는 날이 온다면, 이곳은 가장 가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평양을 비롯하여 함흥, 청진 등 북한의 주요 도시들에는 전후 복구과정인 1950~60년대에 지어진 많은 저층 살림집들이 있다. 5-6층 규모로 지어진 이들 살림집은 대부분 동유럽의 건축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로 이후에는 잘 형성되지 않은 유형들이다. 마치 베트남이나 미얀마의 식민지 양식 건축물들이 희소가치가 있듯, 이들 유형들은 앞으로도 희소가치가 높을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평양 일대의 가을 풍경.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지리적으로는 어떨까. 이미 평양에는 평양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한다. 김일성 광장에서 북쪽에 위치한 창전거리 일대가 평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라 한다. 실제 평양의 고위급들이 사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며, 한 탈북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지역에 좋은 학교가 있어서 자신은 어릴 때 다리를 건너 그곳까지 학교를 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 이곳은 평양의 중심부에 가깝고, 백화점이나 문화시설, 교통시설 등이 집결되어 있는 위치적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위치상으로만 봐도 평양에서 가장 좋은 부동산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평양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디를 관심 있게 봐야 할까. 결국 '워터프런트'다. 앞서 언급한 창전거리 살림집도 어떻게 보면 대동강변에 지은 고층의 살림집이고, 몇 년 전 이슈가 된 미래과학자거리도 결국 워터프런트 개발로 이해할 수 있다. 워터프런트는 자고로 모든 도시에서 거의 실패한 적이 없는 개발 유형이다. 서울의 한강도 마찬가지 아닌가.

서울에서 가장 높은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아파트들은 한강뷰를 자랑한다. 아마도 대동강변 역시 사람들이 많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까지 부동산의 개념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북한에서는 여전히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만한 한 개인의 입장에서 서술해봤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았을 때 위 사항들은 어떤 인사이트를 던져줄까. 돈 많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개성의 한옥이나 여러 도시들에 분포해있는 전후시대 살림집들, 대동강변의 뷰가 좋은 지역들은 부동산적으로 매우 투자가치가 높은 '물건'들일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본다면, 그만큼 이 부분을 공공의 자산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된다. 다시 말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대동강 뷰를 특정 계층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가, 누구나 아름답다고 생각할만한 개성의 한옥들을 일부가 독점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도시는 그렇게 발전해왔다. 일부가 독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논리라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그 부작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좋은 동네 안 좋은 동네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좋은 동네에서 누릴 수 있는 편리함, 안전함, 쾌적함 등이 안 좋은 동네에서 누릴 수 있는 그것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크다. 그러니 항상 부동산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

좋은 데에는 더 몰리고, 안 좋은 데는 더 기피하니 소수의 좋은 동네, 혹은 아파트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그곳의 가치가 상승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피하고 싶은 대중은 또 새로운 대박을 꿈꾸며 부동산을 찾아다닌다.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통일 후 북한 지역에서까지 나타난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적어도 우리의 실패를 교훈 삼아 통일 한반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부동산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때 조차 서울에서의 실패가 반복된다면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부동산 광풍이 불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는 마스터플랜을 통해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도시를 한반도에 새롭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빅픽쳐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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