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음주 폭행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과정을 되짚어보면 Δ음주 폭행 사건인데도 입건하지 않은 점 Δ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 Δ소환 통보를 하고서도 조사없이 내사종결한 점 등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범 체포 아닌 파출소 임의동행 후 귀가조치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7일 오후 11시37분, 112에 "남자 승객이 목을 잡았다"는 택시기사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차관은 술에 취한 채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자신을 깨우는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동 모 아파트 현장에 출동한 서초파출소 현장 경찰은 이 차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파출소에 임의동행 후 귀가 조치 했다.
당시 현장 경찰은 택시 블랙박스에 사건 영상이 녹화돼 있지 않아 증거가 불분명했고, 이 차관이 인적사항을 전달하고 수사에 협조할 의향을 밝혀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가법' 최초 발생 보고…"애매한 부분 있어 추가조사"
현장 경찰은 사건에 특가법(운전자 폭행)을 적용해 최초 발생 보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인계받은 서초경찰서는 사건을 바로 입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초 발생 보고에 특가법(운전자 폭행)이라 보기 애매한 표현이 있었고,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자료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두 부분이 애매해 (특가법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택시기사에 전화하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사종결이 아닌 입건을 했어야 한다'는 등 경찰의 사건 처리가 적절하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출석요구는 내사가 아닌 입건을 전제로 하는데, 이 차관에게 출석요구를 한 뒤 피해자 합의를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택시기사 "처벌불원"…이용구, 경찰 출석 안해
이후 경찰은 더 자세한 사실 파악을 위해 택시기사를 불러 조사했다. 택시기사는 '원래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했고, (사건 당시) 정차 중이었다. 멱살을 잡히긴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사건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블랙박스의 SD카드를 택시기사에게서 확보했지만, 현장상황이 녹화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차관에게도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관이 경찰에 불출석 답변을 했는지, 출석요구에 답을 하지 않고 출석을 하지 않은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되지 않는다.
◇경찰, 특가법 아닌 형법상 폭행죄 적용해 내사종결
경찰은 결국 지난달 12일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 처리했다.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형법상 단순폭행죄를 적용해서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술한 만큼 판례에 따라 단순폭행 사건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 자료는 없고, 피해자 진술밖에 없으니 진술을 토대로 검토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 등에서는 택시 운행의 경우 시동을 건 채 미터기(요금 계측기)를 켜둔 상태이기 때문에 차량 운행 중으로 봐야 하며, 이 때문에 특가법 대상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가법 제5조의 10(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에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가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 차관에 특가법을 적용했다면 내사 종결 처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사결론 평가 유보하고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것"
논란이 일자 경찰은 지난 2017년 헌재의 판결을 들어 해명했다. 당시 헌재는 "공공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에는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특가법이 개정되기 전의 판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21일 관련 판례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판례 중에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폭행으로 하는 전례도 있다. 판례라는 게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결론에 대한 평가는 지금 하지 않고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며 "경찰청 내 법조계 출신과 변호사, 실무상으로 관련 사건을 취급한 간부들과 정밀하게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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