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김진희 기자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24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성인식 검증'의 장이 됐다.
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의혹과 이로 인해 치러지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쏟아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으로 발탁된 배경에 '배우자 찬스'가 있었다는 의혹과, 딸의 자동차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미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가 '권력형 성범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 후보자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권력형 성범죄로 촉발된 것을 인정하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도 "권력형 성범죄 사건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많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인식을 묻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도 '권력형 성범죄가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내년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약 830억의 지출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많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물론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선거 과정에 대해서는 국무위원도 아니고, 후보자로서 어떤 발언을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장례가 서울시장으로 5일간 치러진 점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으로 지정한 여가부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피해자로 부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그를 '가해자'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이 성범죄 가해자가 맞느냐'는 전주혜 의원의 질문에 "오 전 시장은 본인의 잘못을 시인했고, 박 전 시장은 이미 고인이 됐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맞았다는 사람은 있는데 때렸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자, 정 후보자는 "(가해자가) 맞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이후 김미애 의원의 같은 질의에서 정 후보자는 "통상적으로 피해자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피해자 지원하는 사람 쪽에서는 가해자라고 부르는것이 일반적"이라는 답변을 고수했다. 그는 "어쨌든 고인이 되셨고 그리고 여러 가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일부 여권 인사들의 성 인지 감수성에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피해자가 쓴 편지를 온라인에 공개한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 친여 인사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관련해 "성폭력 처벌법 24조 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의 적용 대상"이라며 "다시 말하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여성비하적 저서 내용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왜곡된 성 인식에 의한 글"이라고 했다. 전날 인사청문회를 거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비하 논란' 발언을 해명하던 도중 "특히 여성인 경우는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을 같이 먹는 게 아주 조심스럽다"고 말한 점도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야당 인사들의 성 인식을 비판하는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최근에 김모 의원님께서 성폭력 범죄가 충동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그 충동이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이며 그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경우가 참 많다고 발언했다"며 "한 지방의회 의원은 '여성 신체 부위를 보면 신수가 보인다'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 11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도중 "성폭력 범죄는 충동에 의해 이뤄진다"고 발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 성희롱 발언으로 최근 제명된 대구 달서구의회 소속 김인호 의원에 대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정 후보자가 과거 충북도 초대 여성정책관을 지낸 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으로 발탁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의 배우자가 여권 핵심 인사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 후보자는 "대학 동창"이라며 "사적인 것(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답변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두 분이 문재인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담쟁이 포럼과 지역 미래 포럼 등에 참여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굉장히 소극적으로 일부 참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 후보자 부부가 지난 2014년 딸의 자동차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미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 후보자는 "i30 차량은 1500만원정도를 주고 샀다. 3년 분할로 아이가 사면서 제가 반정도를 했다"고 말했다.
또 "제가 지원한 금액이 정확히 3년 동안 조금씩 줬던 거여서 총 금액이 700만원인지, 800만원인지, 900만원인지 명료하지 않고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의원님들께 소명을 드리고 청문회가 끝난 후에 증여세를 납부하겠다고 말씀드리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당장 내년부터 입법 공백에 놓이는 낙태죄 처벌 조항과 관련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의 질의에는 "낙태를 법률로써 처벌하기보다는 여성의 건강권이라든지 재생산에 대한 권리라든가, 이런 것들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소신"이라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9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여성 100인 선언문'에 서명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해 그는 이날 "제가 서명했을 때는 그 의견(전면 폐지)에 대해 동의를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무위원으로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정숙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모든 여성이 아무런 판단없이 그렇게 낙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서 의원의 법안은 정부안보다 강력한 주 수 제한을 둔 것으로, '임신 10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그는 "생명 존중권에 대한 말씀도 동의한다"면서도 "낙태가 불법인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처하는 상황, 이런 것들도 같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발표 당시 '부부 간 소득격차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상황을 굉장히 임의적으로 편집해서 방송한 부분"이라며 "소득 격차가 큰 부부에게 세금을 많이 내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발표에) 없었다"고 부인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장기적인 노동권·돌봄권의 성 평등 확보를 위해 이러한 취지로 말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그건 장기적인 과제"라며 "현재 세금이나 법이나 등을 따졌을 때 현재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여가위는 28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재가를 거쳐 신임 여가부 장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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