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김근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명동성당이 사상 처음으로 첫 비대면 성탄미사를 열었다. 예배 시작 전 한때 많은 시민들이 몰리기도 했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성탄행사는 진행됐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당 내부는 몇몇 시민들만 개인 기도를 드리고 있을 뿐 여느 평일과 다름없는 고요한 분위기였다.
성당 야외도 오가는 사람이 적어 썰렁함이 느껴졌다. 몇몇 신자들이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성탄 대축일 미사를 앞두고도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명동성당은 정부와 서울시 방역 지침에 따라 24일과 25일 예정된 성탄 대축일 미사를 비대면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성탄 대축일 미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자들은 가정에서 인터넷 또는 방송을 통해 비대면 미사에 참석했다.
명동성당에는 비대면 미사를 아쉬워하는 신자들의 모습도 종종 발견됐다. 성당은 가톨릭회관 앞에 예수가 태어나는 장면을 재현한 조형물을 설치해 현장을 방문한 신자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70대 남성 A씨는 "성북동 성당을 다니면서 매년 성탄절 미사에 참석했는데 올해는 어느 성당이나 출입이 막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명동성당은 나에게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1년에 2번은 꼭 온다"며 "코로나로 현장 예배에 참석은 못하지만 성모상을 보며 잠시 인사를 드리고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성당에서 짧은 개인 기도를 마치고 나온 80대 여성 B씨도 "젊었을 때는 성탄미사를 자주 다녔는데 나이 먹고는 민폐를 끼칠까 봐 오전에 잠깐 와서 기도를 드린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서로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기도를 하고 간다"며 자리를 떠났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인근 회사에서 나온 시민들로 잠시 성당 앞 거리가 북적이기도 했다. 가족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명동성당 내 선물 가게에 들리는 시민도 종종 보였다.
서울 창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C씨는 "내일 크리스마스인데 손녀에게 뭐 갖고 싶냐고 물었더니 은색 십자가가 갖고 싶다고 했다"면서 "다른 성당은 선물 가게도 다 문을 닫았는데 명동성당은 열려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대면 미사가 취소돼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이 넘게 나오는데 당연히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 방송은 막상 해보니 접속하기가 어렵다. 평화방송을 통해 생중계를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성당에서 만난 신자들은 비대면 미사에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시민으로서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당 입구에서 만난 한 신자는 "건강과 평화를 위한 날인데 우리가 코로나 감염시킬 수 없지 않느냐"며 "마스크를 꼈다고 하더라도 찬송가를 부르면 감염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에 명동성당에 나온 건 내 성의 표시고, 저녁 미사는 집에서 할 예정이다"며 "(비대면 미사는) 예수도 다 이해하실 거다"고 웃어 보였다.
명동성당은 성탄절로 넘어가는 25일 0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열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했다. 미사에 앞서 24일 밤부터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명동성당 앞에 설치된 구유 조형물을 구경했다.
매년 성탄절이면 명동성당 본당에는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만 올해는 본당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명동성당 방문객이 뜸해진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명동 상점들이 모두 일찍 문을 닫은 탓에 일대는 고요했다.
천주교 신자 60대 D씨는 "대면 미사를 못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집에만 있기도 너무 갑갑하고 오늘은 명동성당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해서 나와봤다"며 "이렇게 명동이 조용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구유 조형물 앞에서 사람들이 함께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24일 오후 11시50분쯤 본당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본당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본당 안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촛불이 반짝였다. 본당 앞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자 성당 관계자들은 물러서 달라고 당부했다.
곧이어 염수경 추기경의 주례로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이 시작됐다. 염 추기경이 구유 축복 기도를 올리는 동안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몰려들며 인파가 백여 명 가까이 불어나기도 했다.
이윽고 25일 0시가 되자 성당 종이 울리고 사제들이 본당에 들어서자 본당 문도 다시 닫혔다. 성당 측에서는 개방 시간이 종료됐다며 몰려든 사람들을 내려보냈다.
가족들과 함께 명동성당에 온 F씨는 "매년 이브 날이면 가족들과 명동성당에 오기 때문에 오늘도 와봤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미사를 못 드려서 너무 아쉽지만 구유 장식도 구경하고 뜻깊은 날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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