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고등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41)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딸이 욕조에서 놀던 중 미끄러져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 욕실에서 자신의 딸 B양(당시 7세)을 물을 받은 욕조에 넣고 목을 졸라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및 익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B양은 A씨가 지난 2017년 5월 이혼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A씨는 같은해 7월부터 연인 C씨와 중국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C씨는 A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이유가 B양 때문이라며 B양을 마귀라고 불렀다. A씨의 아이를 두 차례 유산한 것도 B양 때문이라고 여겼다.
검찰은 C씨가 유산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자 A씨가 B양을 살해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양과 함께 지난해 8월7일 밤 11시58분쯤 서울의 한 호텔에 돌아왔다가 약 45분 뒤 호텔 방에서 나왔다. 이후 A씨는 한 시간 뒤 객실에 다시 들어와 "딸이 숨을 안 쉰다"며 호텔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다.
B양은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이미 심정지와 함께 사체경직과 시반이 형성된 상태였고 결국 이날 오전 3시9분쯤 사망했다.
A씨는 "외출 뒤 돌아와 보니 딸이 욕조 안에 떠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C씨가 B양을 미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연인 관계를 지속해 왔다"며 "A씨가 C씨에게 '오늘 밤 필히 성공한다', '중요한 몇 군데는 카메라가 있어' 등 문자를 보낸 점을 미뤄 두 사람이 B양 살해를 공모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동기가 없는 점 ▲사건 직후 현장에서의 A씨 모습이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전형적 모습인 점 ▲B양이 욕조에서 미끄러져 목이 접히며 질식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A씨의 전 부인도 'A씨가 절대 죽였을 리 없다'고 말했고 여행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여느 부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전 부인의 반대에도 딸의 부검을 주장한 것에 대해 "딸을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했다면 자신의 살해 범행이 드러날 수 있는 부검 절차에 적극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