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경자년(庚子年) 달력도 이제 마지막 장이다. 세밑에서 돌아보는 한 해는 늘 다사다난했다지만, 어디 올해처럼 우리들을 1년 내내 고단하게 했던 한 해가 또 있었을까.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도록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을 멀리 하며 살게 될 것이라 미처 생각 못했다.
2월 대구·경북 지역의 신천지 교회 집단 감염으로 1차 확산을 목도하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일일 확진자는 900명을 넘어섰다. 국가적 방역 작업의 전개과 함께 국민들의 위기감도 고조되자 이번엔 '마스크 대란'이 닥쳤다. 생경한 '공적 마스크'나 '마스크 5부제' 같은 단어가 일상 용어가 됐다.
1차 확산을 겨우 진정시키며 'K-방역' 자신감을 쌓아가나 싶더니 8월 광복절 광화문 집회발 2차 확산이 찾아오며 하루 4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광화문에서 의기양양 마이크를 잡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확진을 피하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9월과 10월을 지나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는 감염경로를 알 수 확진이 늘어나며 점차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더니 이달 들어 하루 확진 1000명을 넘나드는 3차 대확산을 맞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른바 '추-윤 갈등'도 1년 내내 사회를 달구며 우리를 지치게 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추 장관은 취임 직후 불거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둘러싸고 윤 총장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추 장관이 이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시작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달에는 추 장관이 '라임 사태' 및 윤 총장 가족 관련 검찰 수사 문제점 등을 들어 윤 총장 직무배제·징계청구를 발표하며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법정공방으로 번진 사태는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한 데 이어, 법무부의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 결정 또한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되면서 두 차례 모두 윤 총장의 승리로 귀결됐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과 검찰총장간 초유의 대결은 결국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문 대통령의 사과 및 법무부 장관 교체로 이어졌다.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끓어오르는 분노는 '추-윤 갈등'을 윤 총장 찍어내기로 변질시켰고, 그 사이 애초 임무였던 검찰개혁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다.
치솟는 집값과 사라지는 전세 등 부동산 시장의 혼란도 코로나19 만큼이나 한 해 내내 서민들을 우울하게 했다.
투기규제 중심의 대책이 민간시장의 주택공급을 제한하자 집값 과열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겨냥한 규제책으로는 집값 상승세를 막을 수 없었다.
여기에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어 전세대란까지 빚어졌다. 귀한 전세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에 세입자들이 아파트 복도에 줄을 서고, 제비뽑기를 하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정부의 대책을 믿지 못하는 내집 마련 수요자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영끌'을 불사하면서 '패닉 바잉'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코로나19에, 초유의 법무장관-검찰총장 대결에, 천장 모를 집값에 고단했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년이 오늘 문을 닫는다. 신축년(辛丑年) 새해로 달력이 바뀐다 해도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며, 우리들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이라 해도, 새해엔 새해만의 기대가 따라온다. 경자년이여, 안녕!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