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 묵념하고 있다. 2021.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한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할 코스다"
2007년 3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취임하며 했던 언급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어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고 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구랍 31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자신의 바통을 넘겨주며 이같은 문 대통령의 13년 전 언급을 상기시켰다. 노 전 비서실장은 "유 신임 비서실장 또한 이와 같은 마음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민 삶의 회복, 대한민국의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무한 책임의 각오로 헌신하실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의 언급을 다시금 꺼낸 것은 임기말 청와대 참모진을 이끌게 된 유 비서실장에 대한 조언을 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임기 막바지로 갈수록 국정 장악력이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레임덕'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앞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해 가면서 남은 국정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호국영령에게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라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신축년 첫날인 지난 1일엔 SNS을 통해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 했다. 모두의 삶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도 절대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걷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5년차에 들어선 문 대통령이 '국민 일상', '선도국가'를 키워드로 제시한 만큼 이에 초점을 맞춘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은 물론 대한민국 미래 비전으로 한국판 뉴딜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추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등 임기 5년차에 굵직한 현안들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 각종 개혁 작업에도 고삐를 쥘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신현수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과 사의를 표명했던 김상조 정책실장을 유임한 것은 개혁 작업 등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습니다'고 남겼다. 2021.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러나 역대 정부를 보면 각종 개혁 작업으로 임기 막바지까지 국정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할수록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양상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개혁 작업 추진이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자칫 떠오르는 여권내 대권주자들과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야당의 반발과 비협조가 더욱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기말 대통령들이 여권의 대선후보 선정에 관심을 두고 있는 모양새로 비칠수록 그 반발의 강도는 거세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기엔 김 전 대통령이 차기 주자로 이인제 전 의원에게 관심을 두자,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갈등이 극에 달했다. 당시 야권의 대권주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측의 반발도 상당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말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개헌 등 각종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것도 갈등의 요인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으로 바꿔 국회의원 임기와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을 직접 제안했다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합의서만 남긴 채 흐지부지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에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여권내 유력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발로 무산됐다.

집권 이후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국회 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를 제안했지만, 곧바로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가 언론에 보도돼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개헌 논의는 박 전 대통령의 '국면 전환용'이었다는 평가로 끝이 났다.

임기말 남북대화를 추진한 것도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2달여 앞둔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정상 합의까지 도출했지만, 당시 야당으로부터 상당한 정치적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남북정상간 합의는 빛이 바랬다.

이에 정치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각종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기 보단 그간 추진해 왔던 국정과제를 완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치적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 논쟁적 사안보단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임기 말에는 새로운 일을 벌이거나 돌발 변수를 만들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정도'만 뚜벅뚜벅 걷는다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역대 모든 대통령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선정에 관여하고 싶고 자기 구도대로 하고 싶어해 왔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안 됐다. 최근 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 공천 등 정치개입으로 실형까지 받은 상황"이라며 "때문에 문 대통령은 정치로부터는 가급적 거리를 두고, 민생에 주력하는 행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마지막 해에 측근 비리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극심한 레임덕 현상을 겪었다. 지금까지 보면 문 대통령에겐 측근 비리 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며 "대통령 재임기간 업적을 남기기 위해 정치적 갈등이 큰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자칫 논란만 일으키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성과를 확실하게 낼 수 있는 쪽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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