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등 코로나19 방역부처의 화상 업무보고 자리에서 손실보상제도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1년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를 놓고 빚어진 당정 간 불협화음을 서둘러 조율하면서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갈등에 개입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보건복지부 등 코로나19 방역부처의 화상 업무보고 자리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 내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당정이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화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로 발생한 소상공인들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입법을 추진해왔다. 민병덕 의원은 기존 법 개정안 외에도 특별법을 제정해 손실매출액의 70% 범위 내에서 그 외 업종은 50~60%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보상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에 호응했다. 정총리는 지난 20일 "영업금지나 제한은 방역 목적 때문에 하는 것이지만 천재지변하고는 다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손실보상을 위한 입법을 상반기 내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행정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해외 사례를 들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고 그때그때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 지원 패키지를 짠다"며 손실보상 입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는 지난 20일 손실보상을 위한 입법을 상반기 내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반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화에 선을 그었다. 사진은 26일 정부세종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열린 총리·부총리 협의회에 참석한 정 총리와 홍 부총리의 모습. /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정 문제를 지적하며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화에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22일 페이스북에 "영업제한 손실보상에 대한 입법 제도화 문제와 관련해 내부점검을 하고 있다"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 정책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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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직접 개입…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 소실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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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당정 간 마찰이 일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손실보상제 논의를 주도했던 당에 힘을 실어주며 문제를 수습했다.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화에 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정 간 견해차가 정치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던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정해 줌으로써 논란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손실보상제의 제도화라는 민주당의 큰 방향에 힘을 실어주면서 기재부와 중기부가 현실적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확보 가능한 재정의 규모와 피해 사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수 있는 지원 규모 사이에 접점을 찾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행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이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깊게 관여하지 않은 채 지켜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과 장례절차를 두고 사회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화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 같은 행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년 간 이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깊게 관여하지 않은 채 지켜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진=뉴스1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갈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관해 사과하면서도 윤 총장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호명하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움직임에 저항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 총장을 끌어안은 동시에 '여권인사'로 묶고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제한하는 효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여권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던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원의 탈원전 정책 관련 감사 활동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 억제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정부는 기존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적극적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이란 과감한 약속도 내놨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지난 한해 40%대 '콘크리트' 지지율까지 깨지는 등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던 각종 사회 갈등과 문제를 직접 정리하고 남은 임기 동안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 한국판 뉴딜 추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계승 기반 마련 등 과제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4·7 보궐선거 역시 임기 후반기의 중요 이슈다.
대통령의 갈등 관리 행보의 효과는 여론조사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회사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주간 집계 대비 5.1%포인트 오른 43.0%로 나타났다. 2주 연속 상승세로 8주만에 40%대를 회복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응답률은 4.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