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을 마주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26일 쏟아져 나왔다. 정의당 사건을 논하기에 앞서 부적절했던 민주당의 대응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합니다'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날 김종철 전 대표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란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다.
권 의원은 "다른 당 비난할 여유가 없다. 민주당은 반복돼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원내대책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우리 중 누구도 이 문제를 성찰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우리가 아프고 괴롭게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 내 성폭력에 대해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정치권의 성추행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정치권의 오래된 문제란 점에서 나왔다. 여권에서는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논란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특히 박 전 시장 사건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오 전 시장과 달리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되면서 후폭풍을 불렀다. 당시 이해찬 대표 체제였던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하고,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시장(葬)을 치러 2차 가해 논란을 자초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민주당에서는 박 전 시장 사건 대응을 반성하는 입장문도 다수 나왔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직권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날(25일) 전원위에서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사건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남인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해 오신 단체와, 성희롱·성차별에 맞서 싸워 온 2030 세대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검찰 발표에 따르면 남 의원은 사건 발생 당시인 지난해 7월 평소 친분이 있는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통해 박 시장의 피소 가능성을 전해들었고, 보좌진 출신인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전했다. 그는 이해찬 대표 체제 최고위에서 '피해호소인' 단어 사용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야당과 여성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남 의원은 이날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인권위의 권고사항 등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피해호소인' 단어 사용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고 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인권위의 결과를 존중하며,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통렬히 반성하고 각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도부에서도 오는 4·7 재보궐선거 입후보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 강화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당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4월7일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상당수 지역에서 재보선이 있다"며 "입후보자에 대한 성평등 교육을 충실히 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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