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을 우려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협회가 최근 펴낸 '차량용반도체 수급차질과 대응' 보고서에서 대만 TSMC가 글로벌 공급의 70%를 점유하는 자동차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의 공급 지연이 확산됐고 폭스바겐·도요타·GM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이나 생산량 하향 조정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낮으며 안전 확보 필요성으로 인해 긴 수명 동안 가혹한 온도·습도·충격 조건에서 높은 신뢰성 및 안전성을 요구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이 같은 특성 탓에 결함 발생, 안전사고, 리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신규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아 단기간 공급 확대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폭스바겐은 올 1분기에 중국 5만대 감산을 포함한 총 10만대 감산 예상, 아우디는 1만여명 이상 휴직 등의 생산차질이 확대되고 있다. 토요타는 중국(광저우), 미국(텍사스), 일본(아이치현) 공장에서 생산량을 일시 조절 중이며 GM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 한국의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르노·FCA·혼다·닛산도 공장 멈췄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KAMA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승용차 판매량은 3.7% 감소했으며 특히 재고량이 전년 동월비 20.2% 감소한 277만대를 기록했다. 한국 브랜드인 현대(4.7%)와 기아(11.4%)는 증가했다.
현재 완성차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 위주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용이나 렌탈용 차의 공급은 크게 감소되는 추세다. 현재 재고소진과 비인기 차종 위주 감산으로 타격을 최소화하지만 공급차질이 장기화되면 주력 모델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문제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차 반도체 공급차질은 올 1분기에만 67만대로 예상되며 중국은 폭스바겐, 혼다 등 외국인 기업위주로 5∽14일 동안 공장 가동 중단으로 25만대(1%)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이 재개되려면 26주∽38주가 필요한 만큼 3분기까지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가 재고를 미리 확보한 만큼 적어도 3개월은 생산차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2월 부평 2공장 생산량 감축 등 반도체 공급부족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그룹 차원에서 장기공급 관리, 쌍용은 생산물량 감소 등으로 단기간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나서서 도와달라
KAMA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한 공급 차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주요 생산국(대만 TSMC)에 차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해 단기 물량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파운드리(TSMC) 외 대체 파운드리 발굴은 장기간 검증과정이 불가피한 만큼 기존 파운드리의 생산 물량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생산은 공장적응을 위한 반도체 재설계, 시제품 안전성 확인 등에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도 대만 정부에 자동차용 반도체 증산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대체 생산 역량 확보도 필요하다는 시각이지만 국내 업체의 주력 생산품이 아닌 만큼 정부의 신규투자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차질은 국내 자동차 업계 일부의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론 TSMC 등의 증산을 대만 정부에 요청하는 등 정부차원의 국제협력 노력이 필요하나 장기적으론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