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모 병원에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벗어놓은 의사 가운이 놓여 있다.사진과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사진=조태형 뉴스1 기자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며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협이 다음날인 20일 총파업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자 곧바로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일부 의사들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의사를 어떤 의사가 동료로 인정하겠냐"며 "오히려 법적으로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학술이나 지역, 친목 교류 등에서 배제되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 등을 저지른 일부의 의사 때문에 전체 의사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와 의료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고 제안했다.

의협은 의사에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과 동일한 법적 기준을 적용하기엔 역할과 전문성에서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그 역할로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을 명시하고 있고 의사는 의료법에서 그 역할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을 정해놓고 있다"며 "그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의협 "의료인 특수성 감안하지 않은 법 개정"


정의구현을 역할로 하는 법 전문가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가 같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개정안에 명시되는)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기존에는 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하는 것에 한정됐던 것이 모든 법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확대된다"며 "이 부분에서 의사와 의료인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고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으로 평범하고 선량한 의료진들이 직무와 무관한 사고나 법에 대한 무지 때문에 졸지에 면허를 잃고 나락에 떨어지는 피해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법을 만들거나 집행할 때에는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도 무고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되는 게 더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 누군가는 또 다시 '러시안 룰렛'처럼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의사는 5년 동안 면허가 취소되는 등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는 의료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할 경우 면허취소 및 영구적으로 면허를 박탈하도록 했다.

다만 의료진의 의료행위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 과대한 제약을 가하지 않기 위해 예외규정을 뒀다. 의료행위 중 과실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취소 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