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2년 동안 대우건설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해 각종 외풍과 내홍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건설 명가로서의 명성을 잃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은 M&A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고 수주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상황”이라며 M&A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M&A가 진행되더라도 수주와 사업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란 게 대우건설의 주장이다.
금호 트라우마
유일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민간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2006년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대우건설 공개매각에 나서 2005년 기준 자산 5조5000억원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2위인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국내 여러 대기업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금호아시아나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6조6000억원이었다. 당시 채권단이 인수 희망가격과 비가격부문(경영능력·경영계획·시너지)을 종합평가한 결과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금호아시아나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곧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됐고 2009년 12월 금호아시아나마저 산은 주도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3년 만인 2009년 산은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천문학적인 빚을 진 것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반대로 대우건설 입장에선 천추의 원흉이나 다름없게 됐다.
산은 조사 결과 2009년 12월 기준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은 5조6000억원에 달했다. 금호는 1조원을 갖고 6조원 넘는 가격의 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만 남긴 것이다. 2018년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하려던 당시 가격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대우건설 주장대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건설 주가수익비율(PER)은 12.59로 동종업종인 현대건설(19.50) 대비 낮다. 하지만 M&A 자체에 큰 장애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에 산은이 보유한 단가가 현재 대비 높은 수준이었지만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지분을 넘기며 단가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이 문제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가 매력 없는데… 대안은?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가 경영하던 시절 알짜 자산으로 불리던 서울역 맞은편 본사 사옥(현 서울스퀘어)을 팔고 현 CJ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하는 등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서울스퀘어는 2007년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에 인수했다가 2010년 싱가포르 투자회사로 8000억원에 팔렸고 다시 2019년 NH투자증권이 9800억원에 매입했다.이후에도 산은의 낙하산 CEO(최고경영자)들이 M&A라는 목표 아래 단기 성과만 집착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외형은 성장해도 자산은 쪼그라들었다. 대우건설 총자산은 2015년 10조637억원에서 2019년 9조6977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주식수가 지나치게 많은 점도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우건설 보통주 수는 4억1562만주로 현대건설(1억1135만주) 대비 약 3.7배 많다. 이 때문에 주가 부양을 위해 유상감자(자본을 줄여 주주에게 반환하거나 소멸 주식에 대해 보상함)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우건설은 2007년에도 전체 주식의 4.0%를 유상감자해 주가 상승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이사회가 유상감자를 결의한 2007년 8월 당시 주가는 2만7000원대에서 같은 해 12월 변경상장 후 더 하락해 다음 해엔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산은 안팎에선 M&A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수익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분리매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대우건설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 규제 강화와 해외 건설시장 환경 악화로 업계 성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건축·토목·주택·플랜트 사업 부문별로 쪼개는 분리매각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산은이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때 지분참여와 우회 자금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점도 비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를 높여 매각 후 수익과 공적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는 산은과 기업 정상화 및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는 대우건설 사이엔 괴리감이 줄어들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