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해 열린 제1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출규제 사각지대인 상호금융의 대출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상호금융의 대출기준이 시중은행보다 느슨한 탓에 일반인이 주택이나 땅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직원을 파견하고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땅 투기 의혹에 지목된 LH 직원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광명농협 소하·광명역·광북지점, 부천축협 상일·남부지점 등 주로 2금융권인 단위 농협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위 농협은 은행권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대출 문턱이 낮아 한도를 최대한 늘릴 수 있다. 앞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거래에서도 LH 직원 대부분이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호금융은 금융위원회 행정지도에 따라 토지나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을 내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70%로 적용한다.

담보물 회수 가치에 따라 최대 10%를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은행은 토지나 상가 등은 아파트보다 담보 가치를 책정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해 대출을 많이 해주지 않는다.


상호금융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느슨하다. 시중은행은 전체 여신에 대한 평균 DSR 40%가 목표치지만 상호금융은 160%, 저축은행 90%, 보험사 70%, 캐피탈사 90%, 카드사 60%가 각각 목표치다.

금융당국 감시가 소홀할 수 있다는 점도 상호금융에 대출이 몰리는 이유다. 농협과 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에 각각 감독 권한이 있다. 때문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상호금융의 대출을 검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조이면서 주택이나 토지를 매매하기 위한 대출 우회로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이 단위농협 대출을 받을 때 반드시 조합원이어야 한다거나 농어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지취득 자격증명서를 받은 LH직원들은 서류와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지 알아볼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금융당국이 LH직원의 투기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그런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부당이나 소홀함은 없었는지,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등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은 그 프로세스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농협, 수협, 축협 등 상호금융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8조원7010억원으로 사상 첫 3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7조338억원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