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ESG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은 트렌드로 떠올랐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경영 패러다임이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ESG 투자·운용 자산규모는 40조5000억달러(약 4700조원)에 달한다. 2030년 전 세계 기업의 ESG는 130조달러(4경5000조원)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고 지배구조는 투명한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2025년부터 ESG 의무 공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자산 2조원이 넘는 코스피 상장사는 친환경·사회적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는 ESG를 친환경·사회적 가치를 실현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보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ESG 리딩그룹 경쟁, 전담부서 설립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핵심 경영기조로 ESG를 내걸었다. 그룹별로 ESG 부서를 만들고 외부 전문기관과의 제휴를 맺는 등 ESG 경영체제 고도화 작업에 돌입했다.

KB금융지주의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은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이다. 오는 2030년까지 KB금융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한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환경을 위한 기후 변화 전략 고도화 ▲사회를 위한 책임 경영 내재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산이라는 3가지 ESG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산 노력도 ESG 경영의 핵심축이다. KB금융은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각 부문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건강한 지배구조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통해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ESG 신설조직 설립을 확정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ESG 경영 의지를 바탕으로 설립된 ESG위원회는 윤 회장을 포함해 사내·사외이사 전원(총 9명)으로 구성되며 그룹 ESG 전략 및 정책 수립과 ESG 추진현황 관리·감독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 ESG 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한다.


윤 회장은 “지난해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는 등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ESG 경영 실천을 솔선수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B금융과 리딩금융그룹 경쟁에 나선 신한금융도 ESG 경영에 적극적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ESG 추진위원회’는 계열사의 ESG 사업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ESG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각 그룹사별로 ▲적도 원칙 가입 추진(신한은행) ▲친환경 카드 출시(신한카드) ▲보험 상품 내 ESG 펀드 라인업 확대(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ESG 전용 펀드 출시(신한자산운용) 등 금융 본업에 맞는 ESG 사업도 추진한다.
연초 신한금융은 기후 변화에 따른 국제 협력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동아시아 금융그룹 최초로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를 선언한 바 있다.

조용병 회장은 “ESG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백신과 같다”며 “ESG 경영을 선언하는 ESG 2.0 단계를 넘어 ESG 사업 모델을 발굴해 실행에 옮기는 ESG 3.0 단계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SG 선순위 채권 봇물, 뉴딜정책 박차

하나금융은 ‘NEXT 2030 경영원칙’에 따라 중장기 ESG 전략을 수립했다. 현재 검토 중인 전략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경영 강화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도입 ▲지속가능금융상품 분류체계 정비 ▲적도원칙 가입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가이드라인 도입 등이다.

올해 하나금융 경영전략본부 산하에 ESG 전담부서를 설치하며 ESG 경영 내재화에 힘을 싣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확대하는 등 금융의 환경·사회적 역할을 적극 실천하기 위해서다.
ESG 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2019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6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그린·소셜)을, 지난해에는 총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채권 발행으로 마련된 재원은 신재생에너지 및 사회적 약자 지원 대출에 활용됐다. 하나은행은 꾸준히 ESG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종류도 다변화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측은 “향후 공모·사모채권 발행 시에도 사회가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선언하고 효율적 의사결정 및 실행력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에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룹사 CEO를 위원으로 하는 ‘그룹 ESG경영협의회’를 설치하고 그룹 ESG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했다.

ESG경영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사내·사외이사 9인 전원으로 구성되며 이달 말 지주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올 초 5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외화 ESG 선순위 채권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NH농협금융은 중기 비전을 ‘ESG 트랜스포메이션 2025’로 정했다.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과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ESG 경영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오는 2025년까지 그린·디지털 뉴딜과 연계한 ‘K-뉴딜’ 투자를 15조6000억원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9월 처음 발표했을 당시보다 1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ESG전략협의회’와 ESG 실무를 총괄하는 사업전략부장 주관 ‘ESG실무회의’도 신설했다. 실무 추진 체계도 강화해 기존 전담 조직인 ESG추진팀을 ESG추진단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ESG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며 시대 흐름에 앞서 대응해야 한다”며 “농협금융과 사회공헌 활동을 ESG 관점에서 재정립해 체계적으로 실행할 것”을 당부했다.